'대선개입 혐의' 원세훈 前원장에 징역 4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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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개입 혐의' 원세훈 前원장에 징역 4년 구형
  • 이승재 기자
  • 승인 2014.07.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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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민병주에 각각 징역 2년 구형…9월 11일 판결 선고

[매일일보 이승재 기자] 검찰은 14일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에 사이버 여론 조작을 지시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국가정보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의 구체적 활동을 알지 못했고 대선에 개입할 의도도 전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국가 정보기관이 일반 국민을 가장해 인위적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반헌법적 행태"라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역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자원을 사유화해 안보 역량의 저해를 초래한 심각한 범행"이라며 "준엄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이 전 차장, 민 전 단장 등 간부들과 공모해 인터넷 게시글과 찬반 클릭, 트위터 글을 조직적으로 대량 유포해 정치에 관여하고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봤다.

특히 검찰은 재판 내내 논란이 됐던 국정원 트위터 활동과 관련해 심리전단 직원들이 계정 1천157개로 선거 개입 또는 정치 관여 트윗 78만여건을 작성·유포한 것으로 최종 정리했다.

재판부 판단처럼 국정원 직원 이메일에서 발견된 텍스트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계정 453개로 트윗 56만여건을 작성·유포한 것은 확실하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계기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국내 사이버 심리전 강화를 지시했고, 국정원 직무 범위를 넘어선 정치 관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수행을 국가 안보로 곡해하고 대통령과 여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폭넓게 '종북 세력'으로 규정한 뒤 야당에 불리한 내용의 게시글 등을 퍼뜨리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정기적으로 전부서장 회의와 모닝 브리핑 등을 열고 내부 전산망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게시하면서 다른 간부들과 순차 공모해 범행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국정원 사이버 활동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하면서 피고인들의 결백을 호소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의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여론 왜곡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 것은 국정원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본질은 국가 안보 활동"이라고 말했다.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변호인은 "정치 관여를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 없이 의혹 정도로 그동안 국가를 위해 성실히 봉사해온 피고인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국정원장 시절 오해를 받지 않도록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라는 여당 측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대선에 개입하고자 했으면 손쉽게 대화록을 공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60세가 넘어 인터넷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트위터는 써본 적도 없다"며 "재판을 받으면서 어리둥절한 적이 많을 정도였는데 무슨 지시를 했다는 것인가"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모든 심리를 마친 재판부는 "당초 언급한 대로 정치적 색채를 빼고 법 논리대로 원칙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결론을 내리고 판결문을 작성·재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점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11일 오후 2시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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