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임 병장’ 알고보니 軍이 동원한 가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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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임 병장’ 알고보니 軍이 동원한 가짜였다
  • 나태용 기자
  • 승인 2014.06.24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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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병 모포로 덮고 구급차 4대 동원해 교란작전…언론 오보 양산

[매일일보 나태용 기자] 군 당국이 23일 자살 시도 직후 병원으로 후송한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난사범 임모 병장의 강릉아산병원 도착 당시 임 병장의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해 ‘대역’을 내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아이러니하게도 임 병장의 생포 소식을 전한 대부분의 신문·방송은 군 당국이 내세운 ‘가짜 임 병장’의 후송 사진과 화면으로 도배됐다.

▲ 23일 군은 응급상황이라는 이유로 멀쩡한 병사에게 모포를 덮어 임모 병장 행세했다. 지난 23일 강릉 아산병원에 후송된 가짜 임모 병장 이송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구급차 4대를 준비해 2대는 강릉아산병원으로, 2대는 강릉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며 “강릉아산병원에서도 진짜 임 병장이 탄 119 구급차는 지하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고, 가짜 임 병장이 탄 군의 구급차는 응급실 정문으로 갔다”고 24일 밝혔다.

군은 들것에 실린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를 덮고 있던 장병을 임 병장으로 취재진이 오인하도록 응급실로 이송하는 사이에 진짜 임 병장은 이미 응급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 측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면서 국군강릉병원에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내용이 국군강릉병원장인 손모 대령에게 보고돼 가짜 임 병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은 응급실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아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웠고 임 병장의 혈압도 매우 위험한 수준이어서 곧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이같은 문제 때문에 강릉아산병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강릉아산병원에 포토라인을 만들어 임 병장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면 될 일을 가짜 임 병장까지 내세워 언론과 국민을 속인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 병장 후송 이 후에라도 가짜 임 병장의 존재 여부를 즉각 확인해 주지 않는 바람에 언론의 오보를 양산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국방부는 임 병장의 생포 직후 그를 후송하는 병원을 국군강릉병원에서 강릉동인병원, 강릉아산병원으로 총 3번 정정해 취재진에게 혼동을 줬다.

이는 취재진이 임 병장이 후송되는 병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당시 강릉동인병원으로 향한 구급차 2대도 취재진의 눈을 돌리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는 ‘국방부의 과도한 언론 통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의 원인이 외부로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족들에게 일종의 ‘함구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논란도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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