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맥주’ 없는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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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맥주’ 없는 월드컵
  • 최원석 기자
  • 승인 2014.06.0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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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승리를 거둬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월드컵의 맛이겠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맥주 한잔 하는 맛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길거리 응원도, 맥주도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 아쉽다. 경기 시간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우리 시간으로 18일(수요일) 아침 7시 러시아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24일(월요일) 새벽 4시 알제리, 27일(금요일) 새벽 5시 벨기에와 각각 경기를 치른다.

조별예선 세 경기 모두 평일 아침이나 새벽이다. 대표팀 경기가 끝난 직후 출근 혹은 등교해야 하는 것.

맥주 없이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은 축구팬들에게는 고문일 수 있다.

축구팬들의 아쉬움만큼이나 맥주업체들의 아쉬움도 크다. 월드컵 기간은 맥주업계에게 4년마다 찾아오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맥주전문점, 편의점 등에서 맥주 매출이 치솟았다. 월드컵 기간 동안 맥주업체들의 출고량은 평소의 2~3배에 달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예년의 어마어마한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근 한 맥주업체 관계자는 “경기 시간이 이러니 대응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마실 사람은 마시지 않겠나”라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맥주업체에 월드컵 경기 시간보다 더 큰 문제는 앞서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점이다.

맥주업체들은 국민적 애도 물결에 동참해 마케팅을 전면 중단했다. 참사로 인해 소비자들이 회식을 자제하는 등 주류 소비를 줄인데다 마케팅까지 중단, 맥주업계는 성수기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시장에 진출한 롯데주류, 주력제품 ‘하이트’를 새로 단장해 맥주시장 판세를 흔들겠다는 하이트진로, ‘에일스톤’으로 오랜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두 수성에 나선 오비맥주 등 맥주업체들의 5월 마케팅을 월드컵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맥주없이 시청해야하는 축구팬들의 아쉬움도, 대목을 놓친  맥주업계의 아쉬움도,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도 날려버릴 만한 성적을 우리 대표팀이 거둬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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