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예방접종 뒤 장애 발생, 인과관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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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예방접종 뒤 장애 발생, 인과관계 인정"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4.05.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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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생후 7개월에 예방접종을 받은 뒤 난치성 간질 등을 진단받고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려온 청소년이 대법원 판결로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A(17)군이 예방접종으로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됐다는 것을 인정해달라며 질병관리본부장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A군의 질병이 예방접종 후유증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장은 법률상 피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부분만 바로 잡으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사망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부작용을 완전히 방지하거나 원인을 명확히 밝혀낼 수가 없다"며 "의학·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예방접종이 원인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군은 예방접종을 받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발육을 보인 건강한 아이였는데 예방접종 후 하루 만에 경련과 발작 등 장애 증상을 보였다"며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볼 구체적 증거가 없는 만큼 예방 접종과 장애발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취소소송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분을 한 행정청을 상대로 내야 하는데 전염병예방법상 보상금 지급에 대한 처분 권한은 원고의 거주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있다"며 "A군은 파주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하는데 원심에서 이 부분을 바로잡아 재판을 진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예방 접종으로 인한 피해를 100% 막을 수 없는데도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피해자가 예방 접종 전에는 없던 증상이 일정한 기간 내에 나타났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권리를 강화한 것"이라며 "앞으로 보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군은 생후 7개월인 1998년 보건소에서 디프테리아와 소아마비 등 각종 예방접종을 받은 뒤 다음날 경련과 복합부분발작 등 장애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에서 피해보상과 진료비로 240여만원을 받았지만, 증상이 계속 악화돼 결국 난치성 간질 등으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A군의 아버지는 장애보상금을 신청했지만 난치성 간질이 예방접종 백신 때문일 가능성이 불명확하다며 거부당하자 A군 명의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A군의 장애가 예방접종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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