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사고 34일만의 대국민담화…머리 숙여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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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사고 34일만의 대국민담화…머리 숙여 사과
  • 최수진 기자
  • 승인 2014.05.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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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해체·안행부 축소 등 충격적 내용 담긴 혁신안 발표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9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발생 34일만에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직접적인 방식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했으며,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각 분야의 혁신안을 19일 발표했다.

이번 대국민담화가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책임이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직접 머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24분 간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별도의 질의·응답을 받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담화 발표를 시작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사고 직후 인명 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면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경의 구조 업무 실패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그간 해경이 구조·구난 업무는 등한시 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 문제가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며 “고민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해경이 해체됨에 따라 그간 해경이 맡아 왔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되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지게 됐다.

세월호 참사와 이후 수습에서 제 역할을 못한 안전행정부의 기능도 대폭 축소시켰다.

박 대통령은 “안행부의 핵심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은 신설되는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겠다”며 “안행부는 행정자치업무에만 전념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그간 내무부 시절부터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부 조직으로 여겨져 왔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에 따라 안행부의 역할이 크게 축소된 것.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의 책임을 논하며 해수부의 해양교통 관제센터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해, 해수부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진흥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관련 부처의 개편안을 발표한 뒤 박 대통령은 민관유착, 관피아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해 혁신할 것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선박 사고는 민관유착의 병폐로 이뤄진 것”이라며 “민관유착 고리를 반드시 끊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안전감독 업무 △인허가 규제 업무 △조달업무와 관련된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 등에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 강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3년간 심사대상자 중 7%만이 제한을 받을 정도로 규정의 적용이 미약했다”며 “취업제한 대상 기관수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취업제한 기간을 현재 퇴직 후 2년을 3년으로 늘리고, 관피아 관행을 막기 위해 공무원 재임 때 업무와 관련성 판단기준도 대폭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취업제한 기간을 3년으로 늘린 것에 대해 “그간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관피아 척결,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박 대통령은 개방성과 전문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진입이 용이하도록 5급 공채와 민간경력자 채용을 5대5의 수준으로 맞추며, 고시와 같은 획일적 선발 방식이 아닌 직무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를 뽑는 체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해 공정하게 민간전문가를 선발해 부처로 보내겠다”며 “순환보직제를 개선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야기한 기업에 대해 강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범죄자 본인 재산뿐 아니라 가족·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 환수한다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박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번 사고 보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보상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즉각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죄지은 사람이나 기업의 잘못을 국민의 혈세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해진해운에 각종 혜택과 민관 유착이 있었던 것에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국가재난방재시스템 확립을 위해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각 부처에 분산됐던 안전 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현장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것을 밝혔다.

박 대통령에 따르면 국가안전처가 육상·해상·특수 재난 등에 신속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관련 예산 사전협의권과 재해예방에 관한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11년째 진전이 없었던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도 조속히 결론 내 재난대응 조직이 견고한 공조체제를 갖추도록 할 것을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비정상의 정상화, 공직사회 개혁, 부패척결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쉽게 해결되지 않겠지만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한편, 박 대통령은 담화를 마무리하면서 세월호 참사에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낸 어업인, 민간잠수사, 자원봉사자들과 한명이라도 더 많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희생한 승객과 선원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매년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며 재차 희생자의 명복과 유가족들에 위로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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