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는 정말 세월호 때문에 나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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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는 정말 세월호 때문에 나빠졌나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05.1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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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19일 연합뉴스는 ‘세월호 참사에 지난달 생명보험사 실적 20% 급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제목만으로 봐서는 생보사들의 실적 악화가 세월호로 인한 민간의 소비 침체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내용인 것 같지만, 그 근거는 ‘업계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어느 신원미상 인물의 멘트 뿐이다.

그러나 실제 생보사들의 실적 악화는 세제개편 직전 ‘막차타기’로 불리던 과열된 즉시연금 보험 판매의 기저효과와 정보유출로 인한 TM영업 중단 및 신뢰 하락, 자산운용부문의 이자율차 역마진 문제 등의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대형 3개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수입보험료는 전년동기대비 78.7% 감소했다. 또 지난해 9월말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5%로 보험료 적립금의 평균이자율인 5.17%에 못 미치면서 0.67%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얼마 전 이와 관련된 기사를 쓰면서 취재를 위해 입을 빌렸던 어떤 업계 관계자도 ‘세월호’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에 해당 사태가 어느 정도 일조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개별 업계의 업황 자체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영향력은 없다는 상식적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월호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은 여기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사건으로 일자리가 7만3000개 가량 덜 늘어날 것’이라며 이로 인한 세수 감소를 걱정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둔화가 나타난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확실히 공연예술 및 여가 업계가 겪고 있는 생활고에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세월호 탓’을 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정부의 잘못은 없고 슬퍼하기만 하고 돈을 풀지 않는 국민들이 문제’라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긴급민생대책회에서도 현재의 경기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해결책까지 모두 세월호 사고의 여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채워졌다 한다. 반성보다는 남 탓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못한 책임자들에 대한 근본적 대책과 처벌은 어디에도 없고, 그 빈자리를 한 종교단체에 관한 자극적 뉴스와 소비 부진 관련 이슈가 채우고 있다.

누가 우리 경제를 침몰시켰을까. 정부는 국민들을 ‘구조’ 할 의지가 정말 있나.

노란리본을 달지도 말고 모두 모여 슬퍼하지도 말고 어쩌면 직종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이 순간에도 웃으며 소비에 소비만을 거듭하면 모두가 살게 되는 걸까. ‘가만히 있으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걸까. 가만히 있기 쉽지 않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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