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발생해도 선주·기업대표는 무사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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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발생해도 선주·기업대표는 무사통과”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4.05.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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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기업-단체 가중책임법으로 ‘제2 세월호 참사’ 막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창환 세모 대표이사가 9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세월호 참사 책임을 두고 선장 뿐 아니라 선주의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크지만 대형 참사가 있을 때마다 최고책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비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자신이 대표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기업 및 단체 가중책임법)’에 대해 다시 소개하면서 “만약 이 법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면 지난 1년간 산업재해 사망사고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안전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9일 밝혔다.

이 법안은 사업장의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를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고,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의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재차 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집행유예 선고를 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아울러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이 선장뿐만 아니라 선박소유자의 경우와 같이 법인 대표자와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양벌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 경우 앞서 헌법재판소 위헌 판례를 감안해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는 책임면제조항을 도입해 위헌소지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가 9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헌재는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선박안전법상 선박소유자가 고용한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면 그 선박소유자에게도 동일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선박안전법 제84조 제2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선장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선박소유자가 고용한 선장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봤다.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 이동흡 헌법재판관만 위헌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이동흡 재판관은 “선장뿐만 아니라 선박소유자를 그와 동일한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선장의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이익의 귀속주체인 선박소유자의 묵인 또는 방치로 인하여 발생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선박소유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높음에도 공범으로서의 입증가능성은 오히려 낮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 대한 위험을 초래할 행위에 대한 예방 및 처벌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재판관은 “선박소유자의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을 하려는 입법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심상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대형참사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최고책임자나 원청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중대재해의 경우 약 30%가 무혐의로 처벌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또한 최고책임자나 원청, 선박소유 회사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과 그에 따른 집행유예로 사실상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책임, 원청과 소유주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완화해야 할 규제가 아니라, 헌법상 명시된 국가의 안전의무이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의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심 의원에 따르면 1970년 남영호 사건,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당시 사법부는 경영 책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데 그쳤는데,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1987년 193명의 사망자를 낸 영국의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 전복사고의 경우, 당시 운항회사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 1999년 10월 영국 런던 페딩턴역에서 31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철도사고 후에도 철도회사의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2005년 4월 발생한 JR 후쿠치야마선 열차탈선 사고는 사망자 107명, 부상자 562명이라는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고 있지만 2012년 1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당시 JR서일본의 야마자키 전 사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영국은 이러한 대형참사를 겪은 후 10여 년의 논의를 거쳐 지난 2007년 ‘기업 과실치사와 살인법’를 제정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률의 시행 후 대규모 철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고, 사소한 사고를 포함한 철도사고 건수도 30% 감소했다.

일본도 JR 후쿠치야마선 열차 탈선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기업의 책임을 묻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제기했고, 그에 따른 형법 등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이후 각종 규제가 완화돼서 선박안전에 있어서도 2009년과 2012년 선박안전법상 선장과 선주에 대한 처벌을 완화했다.

심 의원은 “그 여파는 해양사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며,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해양사고는 선박안전법이 개정된 2009년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566건, 480건에 불과했던 해양사고가 2009년 723건, 2010년 737건으로 늘어나 2011년에는 946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인명피해도 2007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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