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총리 사퇴로 끝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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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총리 사퇴로 끝낼 일인가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4.04.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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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 총리의 사의표명을 두고 이번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당연한 선택이지만 그 시기가 적절했는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내각책임제가 아닌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총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내일자로 벌써 2주가 다 돼가지만 정부는 초동대응에 실패하면서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했다.

게다가 사고 수습과정에서 탑승자와 생존자에 대한 집계나 시신의 신원파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등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이 체계가 잡히지 않은 모습을 계속 보이면서 국민들의 불신과 실망만 키웠다.

여기에 정부의 어느 누구도 사고 수습과정에서 책임지고 앞장서서 나서지 않는 이른바 ‘컨트롤타워’의 부재만 확인시키는 등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에 대한 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의 무능력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사고에 대한 수습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의 사의표명에 대해 ‘구조해야할 승객을 내팽개치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뭐가 다른가’,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장수가 달아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등의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가 국가적 재난사고 발생 시 며칠 만에 사과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과 비교되면서 총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고 수습에 무능력을 보여준 정부이고, 그 정부의 수장으로서 거의 손을 놓고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정 총리였지만, 사상 초유의 국가적 재난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가 지금 사퇴한다면 이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컨트롤 타워의 부재’ 논란에 쐐기를 박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수습과 관련돼 산적해 있는 모든 문제들을 또다시 내팽개친 ‘역대 최악의 총리’로 낙인찍히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도 지금까지 보여준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책임과 그에 대한 사죄를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의 사과와 사퇴로만 끝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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