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개혁, ‘욕속부달’ 명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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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규제개혁, ‘욕속부달’ 명심해야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4.04.1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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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요즘 정·재계를 둘러싼 최고의 이슈는 다름 아닌 ‘규제개혁’인 것 같다.

박근혜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전면 개혁하겠다고 선포한 이후 민관이 힘을 합쳐 ‘손톱 밑 가시 찾기’에 혈안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끝장 토론을 벌이며 규제개혁이 미흡한 부분을 질타했더니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에서도 의무적으로 규제를 완하하겠다고 나섰다.

올해 안에 전체 경제규제의 10%인 1100개의 규제를 풀고, 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전체 규제를 현재의 80%인 1만3000건으로 감축하는 것은 물론 일몰제 적용 대상을 50%로 확대(현재 12%)하겠단다.

어찌보면 무서울 정도다.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더니 없애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것 같다.

기업을 대표하는 재계 단체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하루가 머다하고 없애야 할 규제 목록을 한 가득씩 갖고 나와 풀어달라 아우성이다.

이쯤되니 이제 ‘규제’는 싸그리 섬멸이라도 해버려야할 악의 축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규제개혁’이라는 단어보다는 ‘규제박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궁금하다. 규제는 과연 없애야 옳은 것일까.

학교 인근의 정화를 위해 수년간 허용하지 않던 대기업의 호텔건립을 돌연 투자 촉진을 목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개혁일까.

환경보호를 위해 제한하던 탄소배출량이나 폐수속 오염물질 농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개혁일까.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의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창출을 위해 풀어둔 규제가 먼 미래에,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더 큰 후폭풍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규제개혁이 나쁘다라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규제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규제를 완화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심도있게 검증하고, 반대진영의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같은 만반의 준비도 없이 현재 정재계가 합심해 마치 난리라도 난 것처럼 부산을 떨어대는 모습은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논어의 자로편에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일을 너무 빨리 하고자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규제개혁에 앞서 욕속부달의 뜻을 명심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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