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만수 대하 장편소설 '금강'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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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만수 대하 장편소설 '금강' 출간
  • 백중현 기자
  • 승인 2014.04.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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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백중현 기자] 한국전쟁이후 오늘까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 왔는가?

한만수(사진) 대하 장편소설 ‘금강’(전15권)이 출간됐다. 현대사 격변의 반세기 한국인의 굴욕과 야망과 비루한 삶을 담은 ‘금강’은 1950년대 중반부터 밀레니엄 시대에 돌입하는 2000년도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2백자 원고지 2만장 분량으로 집필한 대하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책 ‘금강’을 집필하겠다는 계기를 준 모티브는 ‘왜’라는 글자 한 자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의 어느 날이다. ‘금강’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단편을 쓰고 있다가, 문득 ‘우리는 왜 정치인을 우리 손으로 선출해 놓고, 그다음부터는 배척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끝에 ‘왜’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민족성일까? 다른 어느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파생되는 이기주의 일까? 지역적 문제일까? 정치에 대한 환멸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근대사를 아우르는 정경유착의 산물일까?

나는 거의 몇 달 동안 틈이 있을 때마다 ‘왜’라는 단어를 안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적 기질이 살아났다.

‘왜’에 대한 해답을 뒤로 미루고 우리가 반세기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한번 써 보자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거울을 보지 않으면, 얼굴에 검댕이가 묻었는지, 뾰두라지가 났는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알 도리가 없다. 거울을 봐야 세수를 할 생각도 들고, 화장을 할 생각도 들고 그냥 쓱 문지르고 외출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 온 근대사 반세기를 거울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더듬어 보면, 그 ‘왜’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다. 그 방법으로 철저한 리얼리즘에 입각해 마치 반세기를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처럼 재현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책의 특징은 기존의 대하소설들처럼 한 주인공의 역사를 추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로 ‘토지’처럼 최참판댁 이야기도 아니고, ‘한강’이나 ‘변경’처럼 작가적 이념이 개입되어 있지도 않고, ‘혼불’처럼 양반가를 지키려는 3대의 이야기도 아니다. ‘금강’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한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산이라는 마을에 사는 30여 가구의 사람들이 어떻게 해방을 맞이하였고, 6․25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조개껍질 같은 초가집은 언제 슬레이트지붕에서 양옥집으로 변했고, 찬바람을 맞으며 들어가야 했던 정지가 언제 거실 한쪽을 차지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작가의 눈을 가진 카메라는 그저 쫒고만 있을 뿐이다.

여러분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기억해 보자. 어릴 때는 다 그저 그렇고, 똑같이 살고, 배울 만큼 배우며 한 가족처럼 지낸 동네친구들이다. 학교 다닐 때는 변변하게 말도 못하는 아이가 수천 군중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국회의원이 되어 있고, 공부를 제일 잘하던 누구는 전과자가 되어 감옥을 들랑거리고, 얼굴 예쁜 새침데기는 무당이 되어 있고, 회사원이, 공무원이, 장사를 하고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슨 공장을 해서 크게 성공한 이도 있고, 부친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금강’은 그 한동네 사람들이 격변의 반세기를 살아가면서 몸으로 체험하고,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던 1956년부터 밀레니엄시대가 열리는 2000년도까지의 정치, 경제, 사회 풍습이, 주점에 앉아 마시는 한 병의 술 가격이나, 결혼식 때 입은 양복 한 벌 가격까지 그대로 녹아 있는 소설이다. 그러한 점에서 기존의 대하소설과 뚜렷하게 차별화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물은 강으로 흘러가고,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가 넓은 것은 육지보다 낮아 넓어진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넓어질 수밖에 없다.

‘금강’은 일찍이 신동엽 시인이 갑오농민전쟁을 다룬 서사시의 제목이기도하다.

신동엽의 ‘금강’은 각각 2장씩인 서화, 후화를 포함해 총 30장(4,673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갑오농민전쟁에서 우리의 민족운동의 정통성을 찾고 있는 이 시는, 농민군이 당시 내세우던 반제반봉건의 투쟁정신이 3․1 운동과 4․19 혁명으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는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감히 민족대하소설이라고 분류를 하고 싶은 이 책 ‘금강’이 신동엽의 서사시 ‘금강’과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의 공통분모를 다루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현명한 독자들의 판단을 기다린다.

한만수 작가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금강’ 상류 지역인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 백일장에서 장원상을 받은 후, 소설가를 꿈꿨다. 본인의 의지와 관련 없이 은행과 보험회사에 17년쯤 근무를 하다 1990년부터 전업 작가로 나섰다.

직장에 다닐 때 월간 ‘한국시’에 ‘억새풀’로 등단, 베스트셀러 시집 ‘너’를 비롯 몇 권의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 <실천문학사>에서 신인상을 받은 장편소설 ‘하루’는 원고지 1200매 분량으로 주인공이 하루에 경험한 일을 쓴 세계 유일의 소설이다.

장편소설 ‘활’은 한국예술진흥위원회에서 우수도서로 선정이 됐다.

요즘에도 하루 8시간 이상 소설쓰기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답게 그동안 1백여 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신국판, 정가 1만3000원, (전15권)2부 6권 출간, 신간 안내 02-3409-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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