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믿었던 상장사의 배신
상태바
[기자수첩]믿었던 상장사의 배신
  • 김지희 기자
  • 승인 2014.04.01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제부 김지희 기자
[매일일보 김지희 기자] 완연한 봄기운이 감도는 날씨에 국내 증시는 퇴출공포에 휩싸였다.

지난달 31일을 기한으로 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결산보고서 제출기한이 마감됐다. 이에 유가증권시장에서만 STX조선해양과 화인자산관리가 상장폐지 결정이 났고,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8곳에 달했다.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기업들이 이의신청서를 내더라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8곳 역시 살생부에서 제외되기란 어렵다.

발빠른 투자자들이야 주가가 하락하기 전 보유주식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겠지만 회사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이나 대주주보다는 한 수 아래일 수밖에 없다.

상장폐지를 앞두고 대주주들이 실적을 허위로 공시하거나 감사결과 의견거절 또는 부적정 의견을 받았더라도 이를 공시하기 전에 미리 보유지분을 매각해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상장사가 결산실적 발표를 앞두고 유상증자 및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냈다. 호재성 공시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했고, 대주주는 보유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이후 이 기업은 실적 악화 및 감사의견 거절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정리매매단계에 들어간다.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최후의 기간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깡통기업으로 낙인찍힌 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다.

재상장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보유주식을 팔지 않지만, 국내증시에 돌아온 기업의 숫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결국 믿었던 기업의 주식을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게 된다.

결산과 관련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이미 한국거래소나 감독 당국이 공시나 거래 정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유의 경고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본업을 뒤로한 채 공시를 꼼꼼하게 챙겨 기업을 분석하는 투자자들이 몇몇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