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생들 “우리가 고등학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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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생들 “우리가 고등학생인가”
  • 이선율·조민영 기자
  • 승인 2014.03.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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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육성 프로그램 ‘드림패스’ 강제 적용 방침 반발
학교측 “수강신청 제한은 선언적 이야기일 뿐” 해명

[매일일보]  한국생산성본부의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국내 사립대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점수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전체 4위를 기록한 동국대학교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대해 학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 동국대학교 총학생회는 13일 학내 팔정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드림패스 이용에 따른 조항인 14학번 이후 강제사용 의무화·외국어 시험 패스·봉사활동 이수 문제 등을 제기하며 학교 측의 학사행정을 규탄했다.<사진=이선율 기자>

학교 측이 학생들의 사회진출 및 자아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드림패스(Dream Path)’ 시스템이 학생들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침해하고 이제 성년인 대학생들을 마치 내신 관리하는 중고등학생으로 취급하는 듯한 강제성이 문제가 됐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13일 학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드림패스 이용에 따른 조항인 14학번 이후 강제사용 의무화‧외국어 시험 패스‧봉사활동 이수 문제 등을 제기하며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학교 측의 학사행정을 규탄했다.
 
총학 측은 드림패스 제도 전면사용 강제와 강제졸업요건들은 ‘충분한 시범과정도 없었고, 피드백도 없는 졸속적인 행정’이라며 선택적인 시범사용으로 전환하여 충분한 피드백을 반영해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림패스(Dream PATH)제도란 동국대 미래인재개발원 역량개발센터에서 지난해 처음 개발해 운영, 관리됐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본인의 진로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스스로 진단 및 분석하고,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 직접 계획을 세워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난데없는 성적 공시 제한에 황당”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학과 13학번 진필관씨는 “작년 2학기 기말고사를 친 후 성적공시를 확인하고 했으나 드림패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적공시가 제한됐다”며 “그때 제가 본 시험에 성적을 시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유로 공시제한을 받았던 정말 황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진씨는 “특히 14학번 이후 드림패스 강제 사용이라는 변경된 학술제도는 14학번 이후 학우들에게 대학교육의 특성을 무시하고 학교에서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학교와 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 정원빈 총학생회장(기계공학과 10학번)은 “대학의 가치는 자율성에 있다”며 “선택적인 시범사용으로 전환하여 충분한 피드백을 반영해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원빈 총학생회장(기계공학과 10학번)은 “대학의 가치는 자율성에 있는데 일괄적으로 모든 재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대학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원빈 회장은 “13학번 학생들의 여론도 반영하지 않은 채 제도를 전면 시행한 학교에게 묻고 싶다.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못하는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이 참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라고 제도의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2014학년부터 변경된 동국대학교의 드림패스 이수조건으로는 △공통교양과목 28학점 이수(재수강 금지) △봉사활동시간 64시간 의무 △단과대별‧과별 외국어시험 점수 충족 △에세이, 발표, 토론 내용, 역량개발활동 등의 활동 입력 등이 있다.
 
특히 4학기 이내에 이수를 못할 경우 수강신청이 제한되고, 8학기 이내에 이수를 못할 경우엔 졸업이 제한된다.
 
현지훈 법과대학 부학생회장은 “동국고등학교가 아닌 동국대학교에 온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학교가 학생들과의 대화와 논의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대학교육의 장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며 “누구도 각자 필요한 수업을 일반화시켜 강제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역사교육학과 11학번 김병수씨는 “학생들의 역량을 쌓아준다는 점에서 드림패스 취지는 좋은데 이것을 학생들이 안할 거라고 생각하고 강제성을 두다보니까, 학생들이 반발이 큰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학교가 학생들에 대한 신뢰를 안하는 것 같다. 좋은 프로그램이면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교측 “권장할 뿐 강제아니다”
 
학생들의 반발에 대해 동국대학교 역량개발센터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취업목적이 아니라 저학년들이 해야 하는 교양필수과목을 설계성격상 조금 더 일찍 이수하기를 권하기 위한 제도일 뿐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취업목적이 아니라 자아성찰을 통해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통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3~4학년때 하는데, 저학년 때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미리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동국대학교 역량개발센터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취업목적이 아니라 저학년들이 해야 하는 교양필수과목을 설계성격상 조금 더 일찍 이수하기를 권하기 위한 제도일 뿐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드림패스 조항 중 4학기 이내에 이수해야 한다는 ‘강제성’에 대해 그는 “학생들에게 4학기 이내 이수를 권장하는 것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라며 “지속적인 경고는 하겠지만, 2학년까지 이수를 안한다하고 해서 졸업에 제한을 두는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제도를 1학년(14학번) 학생들에게 오리엔테이션때 설명을 했고, 학교 홈페이지에도 올리는 등 홍보를 했다. 아직 프로그램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계속 학생들과의 피드백을 통해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도는) 최대한 학생의 자율성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들었다”며 “취업을 위한 일방적인 프로그램도 아니고 붕어빵 찍듯이 하는 것도 아닌데 대학에서 내놓은 방향이 잘못됐다는 의견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드림패스 불이수시 4학기 이내 수강신청 제한‧8학기 이내 졸업제한’ 항목에 대해 “봉사활동 64시간 이수를 못하면 졸업이 안되는 것은 맞지만, 그 외 다른 사항에 대해서 제한을 두진 않았다. 수강신청 제한 이야기는 제한될 수 있다고 선언적으로 이야기만 했을 뿐 사실상 제한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성장해나가기를 바라기에 만들었다”며 “하지만 4학기까지 이수하는 것은 권장일 뿐 봉사활동 이수는 졸업 전까지만 이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은 드림패스 강제조항에 대한 문제를 알리고자 이번주부터 여론조사와 실천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여론을 모으고 본격적인 캠페인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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