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유통업계 사업다각화, 무색한 ‘상생’ 외침
상태바
[기자수첩] 식품·유통업계 사업다각화, 무색한 ‘상생’ 외침
  • 최수진 기자
  • 승인 2014.03.16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산업부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지속되는 내수 시장 침체와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에 식품·유통업계가 앓는 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들이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CJ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선보였고, 한국야쿠르트는 능률교육, 베네세코리아를 인수해 그간 해오던 사업과 다른 교육 사업을 강화했다. 대상은 조미료 생산 중심에서 장류, 타식품군으로 영역을 넓혔다. 대형 유통기업들 역시 대형마트, SSM을 비롯해 식품제조사업, 배송·포장 등의 물류, 면세점 등 사업 분야 확장이 눈에 띤다.

이 같은 사업 다각화에 대기업들은 문어발식 경영이 고용 창출, 경기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례로 대형 유통업계는 서울 근교에 대형 아웃렛을 건립하면서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열된 사업다각화는 ‘상생’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최근 사업다각화 현상을 보면 새롭게 부상한 신사업에 여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자·개발하는 경향이 짙다. 이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대기업 사이에 끼어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다. 자본과 기술력,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성공할 수 있는 상품을 가지고서도 경쟁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와 같은 프렌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가 골목 상권을 차지했다. 이에 리치몬드 홍대점, 강남의 뉴욕제과가 문을 닫았고 25년만에 크라운베이커리도 폐업했다. 우리 사회에서 추억의 명소로 사랑을 받았던 문화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대형마트와 SSM의 득세에 전통시장·골목상권도 죽어가고 있다. 전통시장은 말 그대로 전통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 공간 중 하나이지만 이곳을 모르는 어린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영업시간 규제 등으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섰지만 유통기업들은 변종SSM으로 규제망을 피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은 상생을 강조하며 협력업체, 소상공인들을 위한 노력을 펼친다고 한다. 지원도 중요하지만 ‘돈 될 것 같은’ 사업은 일단 시작하고 보는 사업 다각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이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상생’의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