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를 박정희시로…” 경북지사 구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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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를 박정희시로…” 경북지사 구도 흔들까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4.03.1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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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 前포항시장 이색공약 논란…“노이즈마케팅” 비판도

▲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 3일 8년여간의 시장직을 마무리하는 퇴임 기자회견을 한 박승호 전 포항시장.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 새누리당 소속의 한 경북도지사 예비후보가 “구미시 명칭을 ‘박정희시’로 바꾸자”는 이색공약을 내놓아 화제다.

여당 텃밭으로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이나 마찬가지인 경북지사 선거전은 타 후보에 비해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김관용 현 지사의 3선 도전으로 밋밋하게 진행될 것 같았지만 지역표심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는 이색공약이 나오면서 선거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문제의 공약을 내건 박승호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은 공약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 “도시도 브랜드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박승호 후보는 “이렇게 논란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전후 신생독립국으로 전쟁까지 겪으면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던 대한민국을 산업화, 근대화로 오늘날 세계 일류국가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구미에서 태어나고, 구미를 세계최고의 제조업 중심지로 변모시켰고,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끄는 등 이렇게 많은 공이 있다”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만들어서 정말 근대화, 산업화의 기틀을 다진 공을 기념하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 지난 6일 영천시 청통면 주민복지회관에서 3선 도전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한 지역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지사는 타 후보의 3배에 달하는 지지율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진=조용국 기자>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한 입장에 대한 매일일보의 질문에 김관용 경북지사 측은 “현재 공직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기 어렵다”면서 답변을 피했고, 박승호 후보보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같은 당 권오을 예비후보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권 후보 측은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미 구미시에 기념체육관이나 ‘박정희로’ 같은 도로이름 등 이미 기념하는 것들이 많은데다 도시이름을 바꾸는 것은 도지사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 구미시민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해야한다”고 답변했다.

권후보 캠프 관계자는 “권오을 후보는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 생가를 국가 유적지화 해서 국비로 관리하는 공약과 함께 ‘세계 대통령 박람회’를 경북 지역에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공약을 오래전에 내세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대구신문이 지난 11일 발표한 경북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관용 현 지사가 32.2%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박승호 전 포항시장과 권오을 전 국회의원은 각각 9.6%와 8%에 그쳐 현 지지율 면에서 후보간 격차가 3배 이상 나는 상태여서 뭔가 획기적인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정치인이 자기 이름 알리고 고착화된 선거구도를 흔들기 위한 노이즈마케팅 성격의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잠잠해지는 듯하던 지역감정과 역사논란을 부추겨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어린 목소리도 감지된다.

박창호 정의당 경북지사 예비후보는 “지금 현직 대통령이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인 시기에 박승호 후보가 이런 공약을 제기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일단 본인의 이름 알리기 정도의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성공은 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창호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은) 공이 많은 만큼 과도 많은 분이라 생각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고, 그 공과를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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