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정원 ‘셀프개혁’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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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정원 ‘셀프개혁’이 남긴 것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03.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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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수 천만건의 댓글로 여론 조작을 시도해 지난해 내내 ‘국가기관 대선개입 논란’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원흉, 자기존재 증명을 위해 무리하게 ‘간첩 의혹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바람 잘 날 없는 기관’.

최근 국민의 눈에 비춰지는 국가정보원의 모습이다.

더욱이 국정원은 간첩 의혹 사건의 수사 및 재판과정에 제출할 증거를 마련하기 위해 외교문서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아 대한민국 정부를 중국의 수사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등 외교망신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이 이어지면서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국정원이 ‘국조원’으로 추락하기까지 정부와 여당의 ‘안으로 굽는 팔’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엄정하게 조사하기는커녕 검찰총장을 흔들고 내부 불의를 밝힌 담당 검사와 수사과장을 좌천시키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새누리당 역시 정부의 장단에 맞춰 ‘국정원 감싸기’에 급급했고 그 결과 여야가 팽팽히 맞섰던 국정원 개혁 문제는 잘못한 이가 알아서 스스로 ‘개과천선’하길 바란다는 식의 ‘셀프 개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개혁의 결과가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인 셈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이 있다. 땅이 굳기 위해서는 공허한 비난과 누군가의 사퇴만으로 지금의 논란이 끝맺어져선 안 된다.

제2, 제3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국정원 개혁이 단행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단단한’ 국정원이 필요하다.

국어사전에 나온 국정원의 ‘정의(定議)’는 “국가 안전 보장에 관련되는 정보, 보안 및 범죄 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 정보기관”이다. 그리고 국정원이 지향해야할 ‘정의(正意)’는 특정 정파나 집권자의 사적 이익이 아닌 ‘국익’일 것이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6월 지방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만을 계산해 국정원 문제를 회피하거나 덮을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사태를 직시하고 야당과 머리를 맞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야한다.

그래야만 박근혜 정부가 연일 외치는 ‘비정상의 정상화’ 실천이 오명을 뒤집어 쓴 국정원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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