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똥과 된장을 구분하는 최선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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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똥과 된장을 구분하는 최선의 방법
  • 최원석 기자
  • 승인 2014.03.10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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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지난해 정부는 2020년 세계 7대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종합계획은 지난 2012년 정부가 발표한 ‘Pharma 2020 비전’ 달성을 위한 1단계 정책방향과 추진전략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2017년까지 수출 11조 달성하고 글로벌신약 4개를 창출해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시 제약업계는 종합계획 발표를 반기면서도 차질 없는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며 말뿐인 지원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제약업계의 걱정이 막연한 기우(杞憂)는 아닌 듯하다.

지난달 14일 정부와 의약단체 등이 참여한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는 의약품을 싸게 구입한 병·의원에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재시행 된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

이 제도는 2010년 도입 당시부터 지난달 재시행까지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돼 왔다.

대형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병원들이 제약회사나 도매상들에게 저가납품을 강요해 유통질서가 붕괴되고 공정 경쟁 기반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이 제도가 시행됐던 2010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의약품을 1원에 낙찰 받는 이른바 ‘1원낙찰’이 47.5%나 증가했던 바 있다.

재시행 직전에도 제약업계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폐지촉구 서명을 받는 등 폐지론으로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이 제도의 재시행에 강행했다.

재시행 이후, 모두가 예상했던 문제들이 실제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병원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의약품 공급을 강요해, ‘을(乙)’의 입장일수 밖에 없는 제약사와 도매상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4일, 재시행 2주만에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을 잡았다. 아무래도 정부는 ‘똥’과 ‘된장’을 구분하는 최선의 방법이 먹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미 모두가 예상하던 문제를 정부는 일단 부딪혀보고 결정하자는 식의 ‘터프가이’ 마음가짐으로 강행했다.

그 결과 제약사와 도매상들은 오는 7월로 예정된 제도 폐지까지 대형병원들의 저가납품 강요를 들어줘야 한다.

이런 정부의 방향성과 실행의지가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진입에 도움이 될 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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