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병원 한계 임박… 적자경영에 병동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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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에 병원 한계 임박… 적자경영에 병동 폐쇄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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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병원, 병동 폐쇄 및 마이너스 통장 확대
政, 전공의 복귀 촉구 위해 업무 환경 개선 추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에 소파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공의에 이어 의대교수마저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주요 병원들이 경영난에 직면했다. 일부병원은 병동을 폐쇄하거나 통폐합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곧 한계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수술 등 전반적인 의료 이용은 큰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수도권 주요 5대 병원의 입원환자는 4755명으로 전 주 평균 4761명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환자 수는 7205명으로 평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일명 ‘빅5’로 불리는 서울 내 주요 병원들은 적자 경영에 시달려 병동을 폐쇄하거나,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 근무자에게 무급 휴가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병원은 병의 종류나 환자의 성별을 기준으로 병동을 구분한다. 병동 폐쇄란 내원하는 환자가 없거나, 현재 병원 역량이 부족해 병동 수를 줄인다는 뜻이다. 병동 수를 조정하면 부족한 인원이 위급한 환자에 집중할 수 있다. 다만 수용할 수 있는 환자가 더욱 줄어들어 그만큼 병원은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된다.

서울대병원은 환자 안전과 인력 운용 효율화를 위해 일부 병동을 폐쇄한 상태다.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도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고, 서울성모병원도 일반병동 19개 중 2개 병동을 닫았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15일 국내 대형병원 중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렸다. 기존 500억원 규모에서 1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부산대병원도 지난 26일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전공의의 임용 등록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문제다. 이들은 다음 달 2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임용 등록을 하지 않으면 상반기 중 수련이 불가하다. 병원 입장에선 의료인 충원 기회마저 잃는 셈이다.

정부는 의료계를 회유하기 위해 분만·응급 등 필수의료 전공의에게 매월 100만원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전공의 연속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대증원 철회 없이는 의료계의 마음을 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인구밀집지역의 주요 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의료공백에 대응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개원의의 진료 영역을 확대하고, 은퇴한 시니어의사를 의료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의대와 연계된 병원들은 전공의의 빈자리를 의대교수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이 마저도 지난 25일부터 진행된 의대교수의 집단 사직으로 여의치 않게 됐다.

정부가 현재까지 파견한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는 총 413명이다. 반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에서만 400여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

의료공백 장기화 조짐이 보이면서, 현장에 남은 근로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 상태다. 김소영 원광대병원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병원은 운영이 중단된 일부 병동의 간호사들에게 연차를 강제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정부는 불법이라고 했던 진료지원(PA)간호사를 권장하면서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간호사에게 지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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