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이어 의대생 투쟁 격화… ‘텅 빈 의과대학’
상태바
의대교수 이어 의대생 투쟁 격화… ‘텅 빈 의과대학’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27 15:4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날 기준 유효 휴학 신청 건수 8967건… 의대, 휴학계 반려해 수치 감소
전체 1만8천여명 의대생 중 70%가량이 수업 불참
의대교수 사직서 제출 잇따라… 개강 해도 교수 없어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국 의과대학의 유효 휴학 신청건수가 곧 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수업을 맡을 의대교수까지 사직하면서 이번 학기 의대 수업이 통째로 사라져 버릴 것으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26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8967건이다. 전날 9231건보다 264건 감소했다. 다만 의대생들이 휴학 신청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의대에서 휴학계를 반려해 수치가 감소한 것이다.

통계는 유효한 절차를 준수한 휴학 건수만 나타낸 것으로, 실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의대생이 제출한 모든 휴학계 규모를 집계했지만 이달부터 유효 휴학 신청만을 집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3698명이었다.

앞서 지난 20일 교육부가 의대증원 배분을 확정하자, 의대생 단체의 집단행동 수위가 더 높아졌다. 현재 전국 의대 재학생은 총 1만8793명으로, 70%의 의대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특히 전날 1개 의대가 의대생 648명이 제출한 휴학계를 무더기로 반려하면서, 의대생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대생들은 해외 면허를 취득해 한국을 떠나겠다는 엄포를 놨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국내 의대·의전원 학생의 해외 의사면허 취득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향후 USMLE(미국 의사면허시험), JMLE(일본 의사면허시험) 등 해외 의사면허 취득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원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의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제출, 수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의대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의대협은 "휴학계를 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했다.

또 학생협회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일인 25일에 맞춰 전국 40개 모든 의대가 휴학계 수리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리되지 않는 단위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의대생들이 계속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수업일수 미달로 F학점을 받고 유급 처리 된다. 대학 측은 ‘무더기 유급’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일부 대학은 의대 개강을 연기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5월 말이 한계다. 각 대학은 1학기 수업일수를 적어도 15주 확보해야 한다. 통상적인 2학기 시작 일정(9월 1일)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여름방학 없이 8월까지 1학기 수업을 한다 해도 최소한 5월 말 부턴 수업이 쉬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

적절한 휴식 및 과제 연구 등 일반적인 대학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적어도 4월 중순 중엔 수업이 시작돼야 한다.

의대교수들마저 사직서를 잇따라 제출하면서, 만약 대학이 개강을 하더라도 학생도, 교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주대는 오늘(27일) 오전 기준 의과대학 교수 153명 중 10여 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283명 중 50여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비대위에 제출했다. 조선대의 경우, 의대교수 161명 가운데 33명이 사직서를 냈다. 울산의대는 433명의 교수가 대학 측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학 재직 교수는 900∼1000명 정도다. 충남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233명 의대 교수 중 100명 안팎이 사직서를 냈다.

현재 정부는 의료계·학계 인사들과 만나 협상을 시도 중이며, 전날부터 집단행동 참여를 강요받는 의대생을 보호하기 위해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일부 의대생은 동기들의 눈총이 따가워 비자발적으로 휴학계를 냈다고 밝혔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SNS를 통해 “휴학계를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동기들이 동맹휴학에 참여했다”며,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라 비판했다.

복지부는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며, 신고 방식을 다양하게 개선했다. 그러나 앞서 운영된 ‘전공의 보호·신고센터’의 애로사항 접수 사례가 극히 드물었던 것처럼, 의대생 신고센터의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구김 2024-03-31 19:07:32
규정과 법대로 처리해라. 성역이 있을 수 없ㄷ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