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터와 가정 속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는 혹실드의 감정 사회학,컴북스이론총서 『앨리 러셀 혹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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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일터와 가정 속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는 혹실드의 감정 사회학,컴북스이론총서 『앨리 러셀 혹실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3.2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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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 속의 긴장감, 성실 뒤의 외로움, 보이지 않는 좌절감을 파헤치다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오랫동안 사회학은 사회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을 포착하지 못했다.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정’을 그저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간과해 왔기 때문이다.

'앨리 러셀 혹실드'는 이러한 상황에 도전하며 감정 사회학의 기틀을 다진 사회학자다. 감정의 사회적 의미를 폭넓게 탐색하면서 우리 일상을 분석하고 해석할 개념을 풍성하게 했다. 혹실드 덕에 사회학은 지평을 크게 넓히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탁월한 사회학적 상상력과 끈질긴 질적 연구 방법으로 무장한 혹실드는 일상에서 늘 당연시해 왔기에 눈에 띄지 않던 현상들을 깊숙이 파고든다. 아울러 그렇게 발견한 것들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사회학자 대부분이 젠더에 따른 역할 분업을 당연시하며 바라볼 때, 혹실드는 항공사 여승무원의 포장된 미소 아래 숨겨진 긴장을, 이주 가사 도우미의 성실함 뒤에 숨어 있는 외로움과 고독을, 여성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드러나지 않은 좌절을 예리한 시선으로 간파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감정노동, 일과 가족 사이 첨예한 긴장, 글로벌리제이션과 맞물린 돌봄노동의 연쇄 등을 직시하게 되었다.

이 책은 사회학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찾으려 분투한 혹실드의 학문적 여정을 “2교대제”, “시간 압박”, “글로벌 돌봄 연쇄”, “아웃소싱 자아” 등 열 가지 키워드로 살핀다. 이 개념들은 사회학계를 넘어 일상 속 대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다양한 분야의 학자와 정책 담당자들에게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우리 삶에 가깝게 다가온 사회학자를 만나 보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 1947∼ )는 20세기 후반부터 학계의 주목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온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로, 감정노동 연구의 선구자이자 일-가족 넥서스 연구의 대표자다. 현재 버클리 대학원 사회학과 석좌교수로 있다. 대표작 ≪감정노동≫(1983)으로 미국사회학회에서 찰스쿨리상과 C.라이트밀스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2008년에는 ≪2교대제≫, ≪시간 압박≫, ≪글로벌 여성≫을 출판한 공로로 제시버나드상을 수상했다. “질문의 프레임을 구성하고 분석의 통찰력을 더하는 데 창의적 천재성을 발휘하는” 사회학자이자, “단어와 문장 속에 패러다임 전환적 통찰을 능숙한 솜씨로 담아내는” 사회학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감정노동≫, ≪2교대제≫, ≪시간 압박≫ 그리고 ≪자기 땅의 이방인들≫은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혹실드 덕에 우리 일상을 분석하고 해석할 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졌고, 그녀의 치밀하고 생생한 질적 연구 덕에 글로벌 시장 자본주의부터 가족의 일상까지 치밀하고 촘촘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지은이 함인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에머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족 사회학자로, 혹실드의 세계에 흠뻑 매료되어 “감성 사회학 이론에 대한 탐색적 연구”(2003)와 “일상의 해부를 위한 혹실드의 개념 도구 탐색”(2015)을 발표했다. 현재 신세대의 성·사랑·결혼을 주제로 집필 중이며, 한국 사회의 맥락에 혹실드의 이론과 개념 틀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단독 저서로는 ≪사랑을 읽는다≫(1998), ≪인간행위와 사회구조≫(2018)가 있고, 공저로는 ≪오늘의 사회학 이론가≫(2015), ≪문화로 읽는 페미니즘≫(2020), ≪가족과 친밀성의 사회학≫(2023, 개정판)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가족난민≫(201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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