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휘청이는 건설사들… 주택공급지표, 올해도 ‘빨간불’
상태바
[기획] 휘청이는 건설사들… 주택공급지표, 올해도 ‘빨간불’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4.03.26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사 선별수주 기조에 강남권 정비사업도 유찰 속출
올해 건설지표 최악… 하반기부터 건설사 매출 감소 전망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건설업계 위기가 지속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건설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건설업계가 수주를 주저하면서 주택 공급 지표도 덩달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및 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올해도 신규사업 수주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부동산 1번지 강남권에서조차 정비사업 조합이 제안한 공사비가 건설사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면서 단독입찰과 무응찰로 유찰되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신반포 27차 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은 지난 1월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을 진행했지만 건설사가 한 곳도 입찰에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단지가 소규모 단지임에도 한강변 역세권 입지를 갖춰 건설사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됐지만 낮은 공사비가 발목을 잡았다. 조합은 지난달 2차 입찰 공고를 내면서 3.3㎡당 공사비를 957만5000원으로 1차 공고 공사비(907만원)보다 5.6% 증액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호황기엔 강남권 사업이라면 다수의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경쟁 입찰이 이뤄졌겠지만 최근엔 강남권 사업이라도 시공사 입장에서 총공사비 대비 사업성을 계산해 입찰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강남 등 부촌은 마감재나 전체적인 설계 수준을 따져보면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단지들이 있어 시공사 선정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건축착공면적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착공면적은 전년 대비 31.7% 감소한 7568만㎡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착공이 급격히 위축됐던 2009년(7125만㎡) 이후 1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건축착공면적은 건설경기 선행지표인데 지난해 크게 위축되면서 건설투자의 감소가 예상된다. 건산연 측은 지난해 건설투자가 1.4% 증가했지만 올해는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건설투자와 건축착공면적 증감률 시차가 약 8분기(2년)로 나타나기 때문인데 지난 2022년에 위축된 착공면적이 올해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건설협회 기준 올해 1월 말 기준 건설수주액은 10조4979억원, 건축허가면적은 1만779㎡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9%, 15%씩 감소했다. 반면 미분양주택은 6만3755가구로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준공 후 미분양도 1만1363가구로 전월 대비 506가구 늘어나 3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급등한 공사비와 금리 상승, 집값 하락, 부동산PF 문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주택 착공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공사비 갈등으로 주요 정비사업이 지체된 데다, 수요 부진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영향으로 예정보다 주택 분양이 부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방권에서 청약에 나선 단지들의 대거 미달 소식이 잇따르고 있어 2월 실적 역시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약홈 자료를 보면 실제로 지난 2월 분양에 나선 25개 단지 중 6개 단지만 모집을 채우는 데 그쳤고, 이달 청약홈 시스템 개편으로 인해 적체된 분양 물량이 4월 분양시장에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최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저하돼 있어 이들 물량 중 상당수가 미분양 물량으로 쌓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전문위원은 “공급 관련 선행지표를 고려할 때 건축‧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아진 건설사들의 매출 규모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인허가에서 착공, 매출 인식까지의 시차를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부터 주택사업 중심으로 건설사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사비 반영이 미진한 현장 비중이 크고 미분양과 PF 우발채무 관련 손실 가능성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단기간 내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부터 기존 진행 현장 준공으로 공사대금을 회수하면 재무부담이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경기 부진 장기화로 인한 대금 회수 지연과 PF 부실로 인한 재무구조 저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부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