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그림자 세금'에 고통 받는 산업계
상태바
[기획]'그림자 세금'에 고통 받는 산업계
  • 이찬우 기자
  • 승인 2024.03.26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금에 조용히 포함된 '그림자 세금'
전기·물에 부과돼 업계 부담감 가중
한전 전기요금 청구서. 사진=연합뉴스
한전 전기요금 청구서.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내는 줄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그림자 세금’에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불경기로 인해 안그래도 힘든데 부담금의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그림자 세금 인하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각종 부담금에 대한 전면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담금은 특정공익사업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부과하는 비용이다.

부담금은 영화 티켓 입장권에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고 매달 납부하는 전기료에 숨어있다. 이에 업계에선 부담금을 ‘그림자 세금’이라고 부른다.

낸 줄도 몰랐지만 그림자 세금의 덩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부담금 징수 계획은 24조6157억원으로, 2002년(7조4482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12.7% 늘었다. 이에 매년 부담금을 형식적으로 평가하면서 국민 부담이 증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그림자 세금에 대한 기업의 불만은 최근 불경기와 엮이며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 제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전기와 물’에 대한 부담금이 이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부담금이다. 지난해 기준 전력기금은 정부 총 90개 부담금 중 1위를 차지했다. 전기 없이 돌아가는 산업이 없는데다 전기료가 매년 인상되고 있어 납세량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한국전력공사의 40조원 적자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설’이 돌고 있어 전력기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부담이 점점 커지는 기업들은 ‘요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깊은 불황에 빠진 철강업계의 고심이 깊다. 철강업계는 최근 탈탄소를 위해 전기로 쇠를 녹이는 ‘전기로 공장’ 증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구조를 전기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데 전기료가 또 인상되면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철강기업은 연간 평균 전기 1만GW(기가와트)를 사용하며 지난해 전력비 및 연료비로 약 2조5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각 회사의 전기 사용 요금을 토대로 분석해 봤을 때 삼성전자의 2022년 전력기금 부담액은 760억원, SK하이닉스 351억원, 삼성디스플레이 215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된다.

이어 국내 기업들을 괴롭히는 물 이용 부담금은 1999년부터 기재부가 산업용수를 사용하는 기업에 부과한 금액이다. 이에 특히 물 사용이 많은 반도체 제조사,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등의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반도체의 국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일본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물 이용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센 기업들의 항의에 정부도 부담금을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부담금에 대한 전면 개편 의지를 보이는 만큼 전력기금 징수율이 2.0%까지 내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