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대·중소기업…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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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대·중소기업…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03.2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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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복지·상여금 격차 ‘명확’
구직자 대기업 선호현상 지속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대·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격차가 벌어지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됐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의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760만8000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482만9700원이었다. 상여금 및 성과급 부문에서도 격차가 컸다. 대기업의 상여금 및 성과급은 148만5500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32만8000원에 불과했다. 식사·교통·자녀 학비 등이 포함된 법정 외 복지비용은 대기업이 40만900원, 중소기업이 13만6900원이었다.

임금 외 육아휴직 등의 복지 여건도 기업규모별로 차이가 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임금 근로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이 95.1%로 집계됐다. 직원 수 100~299명, 30~99명인 사업체는 각각 88.4%, 71.9%에 그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고임금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을 최소 수준으로 하고,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경총은 대기업·정규직을 중심으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서 임금 격차가 확대되고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가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 대신 청년 고용 확대와 중소협력사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집중된 청년층의 취업을 분산해야 산업현장의 구인난과 청년층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가 심화되는 만큼 구직자들은 대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34세 청(소)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이 27.4%로 1위다. 이어 △공기업(공사·공단) 18.2% △국가기관 16.2%였다. 다음으로 △자영업(창업) 15.8% △전문직 기업 8.2% △외국계 기업 4.2% △중소기업 3.6% △해외취업 3.0% △벤처기업 2.0% △기타 1.5% 순이었다.

직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수입’(40.9%)으로, 전 연령대에서 수입을 꼽았다. 수입을 중시하는 사람은 2년 전(38.7%)보다 2.2%포인트(p) 늘었다. 수입 다음으로는 안정성(22.1%)과 적성·흥미(13.9%) 순이었는데, 안정성을 선택한 사람은 2년 전보다 2.7%포인트 줄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후 대기업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308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대기업 취업자 비율이 10.9%에 달했다. 경제 양극화 심화 여파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 특별강연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며 “동일한 노동에 대한 보상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결코 자유롭게 정의로운 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상생협약을 시작으로 원하청 상생노력이 자동차 석유화학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노사 간 자율적인 상생노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상생연대 형성지원’ 사업을 신설, 공고했다. 원청인 대기업 노사가 협력사의 근로복지 재원을 마련하면 정부가 매칭 후 지원한다. 대기업에 비해 낮은 복지 수준 등으로 구인난을 겪는 소규모 기업을 도와 원·하청 격차를 축소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노사가 2·3차 협력사의 근로복지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재원을 형성하면 정부가 사업주 출연분의 최대 100%, 근로자 출연분의 최대 200%를 매칭 지원한다. 사업주나 근로자단체도 참여할 수 있으며, 이들이 모은 재원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 비영리법인에 출연하면 사업주는 법인세, 근로자는 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 A씨는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준하는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임금 문제로 채용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기업의 혁신 노력도 필요하지만 자구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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