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달래기' 나선 정부… 의료계 총력 투쟁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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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달래기' 나선 정부… 의료계 총력 투쟁 전개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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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통해 의료계와 협상 유도
의협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단행, 정치적 투쟁 불사”
의대협 “ 국내 의대생 해외 면허 취득 지원할 것”
의대교수단체, 정부 협상 나서면 사직서 제출 철회 가능성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정 갈등의 시발점이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의 대학별 배정이 확정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 수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처우개선 등 달래기에 나섰지만, 의료계 마음을 돌리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전공의의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전공의가 수련 중인 병원을 비롯해 교수, 학회, 연구원, 병원장 등 전문가 7인이 참석했다.

먼저 고든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전공의가 선진국과 비교해 장시간 근무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의료현장 특성을 반영해 실질적으로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창훈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진료기획부장은 전공의 처우개선 과정에서 수련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일산병원은 전문의 중심의 진료시스템을 통해 전공의 교육여건 및 근무환경을 개선 중이라고 전했다.

또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교수는 전공의 처우개선 과정에서 수련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승우 보라매병원 교수는 정부의 수련비용 지원,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공의가 피교육자로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련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요청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을 상반기 내에 추진하는 등 의료개혁 4대 과제에서 발표한 다양한 처우개선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할 예정”이라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장래 핵심적 전문 의료인력으로 성장할 전공의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현장에서 전공의가 겪는 열악한 처우를 신속히 개선하는 방식으로 의료계와 협상을 시도할 의도로 보인다. 다만 해당 자리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대한의사협회 및 의대교수 단체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의대증원 정책 완전 철폐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정부가 어떤 카드를 꺼내든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직 전공의의 복귀 마지노선인 지난달 29일을 앞두고, 정부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통과’라는 당근을 꺼내든 바 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으로,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다. 그러나 29일 이후에도 복귀한 전공의는 극히 드물었고, 오히려 의대교수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날 것을 예고했다.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해준다면 협상 의지가 있음을 밝혀왔던 교수 단체는 이번 정부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교육부 발표 이후 '정부는 의대생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정부 결정이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후속 세대 의료인 1만5000명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특히 비수도권에 집중된 의대정원 배정은 4월 총선의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카드라고 비난했다.

의대생들은 해외 면허를 취득해 한국을 떠나겠다는 엄포를 놨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국내 의대·의전원 학생의 해외 의사면허 취득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향후 USMLE(미국 의사면허시험), JMLE(일본 의사면허시험) 등 해외 의사면허 취득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원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의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제출, 수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의대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의대협은 "휴학계를 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했다.

의협 측은 정치적 투쟁까지 불사하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치권과 연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조치를 해제하면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단체가 의대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특정 조건이 성립될 경우 협상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 방 위원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다"라며 "내년 의대 정원은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배치해보는 방안도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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