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KT, 투자도 LG유플러스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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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KT, 투자도 LG유플러스에 밀렸다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4.03.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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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T 신규 타법인 출자 규모 467억원…LG유플러스보다 36.9%↓
4~8월 타법인 출자·M&A 등 실적 無…R&D 투자도 나홀로 장기 감소세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AI 분야 투자 가시화…올해 신사업 공격 확장 예상
서울 광화문 KT 사옥 전경. 사진=KT 제공
서울 광화문 KT 사옥 전경. 사진=KT 제공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지난해 KT의 경영 공백이 투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와 사내이사가 모두 공석인 상태에 빠지며 투자 논의가 ‘올스톱’ 됨에 따라 3사 중 신사업 확장세가 가장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통신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초취득일 기준 타법인 출자금액은 SK텔레콤이 3561억2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LG유플러스(741억6300만원), KT(467억9700만원)이 뒤를 이었다. KT는 SK텔레콤보다 86.86%, LG유플러스보다 36.90% 낮은 수치다.

특히 통신 3사 중 최근 6년 동안 연구개발(R&D) 투자 감축 기조를 유지해온 것도 KT가 유일했다. 지난해 3사의 R&D 비용은 △SK텔레콤 3918억원 △KT 2253억원 △LG유플러스 1201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KT는 2018년 2729억원이었던 R&D 비용을 2021년 2139억원까지 축소했다. 3년 사이 21.62% 줄어든 것이다. 2022년에는 2306억원으로 7.81% 증가했으나, 지난해 225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KT의 지난해 경영 로드맵이 구체화되지 않으며 상반기 투자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결과로 분석된다. KT는 지난해 1월 에이엠텔레콤에 22억8700만원, 2월 KT헬스케어 베트남 법인에 130억원, 3월 통신대안평가준비법안에 65억원 등 사업 총 3건에 217억8700만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새로 추진한 타법인 출자 및 인수합병(M&A) 등 뚜렷한 실적은 없었다. 3월 28일 박종욱 사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됐다가 9월 5일 김영섭 대표 체제가 가동되기까지의 기간과 맞물린다.

이중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은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비금융 신용평가 사업을 위해 통신3사가 설립한 첫 합작법인이다. 통신 3사가 65억원씩 공동출자해 지분 26%씩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KT의 지난해 상반기 타법인 출자액은 152억87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통신 시장 매출이 정체됨에 따라 ‘탈(脫)통신’ 전략을 내세우며 신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U+ 3.0’ 전략에 따라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R&D 비용과 지분투자를 해마다 늘려왔다. LG유플러스의 R&D 비용은 2020년 754억1800만원이었으나 2021년 859억8000만원, 2022년에는 1264억7200만원으로 매년 늘리며 역대 최대 규모를 투자했다. 지난해 R&D 비용은 120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1분기에만 기반 리뷰 솔루션, 온라인 교육 플랫폼, 영유아 대상 에듀테크 등 스타트업 4곳에 각각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펼쳤다는 평가다.

KT는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면서 신사업 투자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9월 매스프레소와 업스테이지에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을, 11월 IBK-KT 청년창업 MARS 투자조합에 50억원을 출자했다.

매스프레소는 AI 기반 학습 플랫폼 ‘콴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며, 업스테이지 역시 전세계 개방형 거대언어모델(LLM) 평가 순위표 ‘허깅페이스’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한 적 있는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다. 이는 김 대표 취임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투자인데, 그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디지털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IBK-KT 청년창업 MARS 투자조합은 KT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상반기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 청년창업 일반 부문에 선정되면서 결성한 청년창업 펀드다. 투자자(LP)로 참여한 KT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과의 기술 협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가 지난 2월 ‘MWC 2024에서 ’AICT(AI+ICT)‘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만큼 올해는 AI 사업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연내 AI 등 ICT 전문 인력을 최대 1000명 규모로 채용하고, AI 전환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도록 AI 에이전트 등을 혁신 동력으로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10월 공개한 초거대 AI 모델 ‘믿음’을 활용한 수익화 전략도 수립 중이다. 다만 지난해 KT의 경영시계가 멈춘 동안 경쟁사와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2022년과 지난해의 경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벤처투자 업체들이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진행이 더뎌진 측면이 있다”며 “R&D 예산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경영 공백만을 주요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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