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끝낸 일본...엔캐리 폭탄에 코스피 변동성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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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끝낸 일본...엔캐리 폭탄에 코스피 변동성 더 커진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3.2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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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금지형 바꾼 엔저 끝나...신흥시장 자금 썰물땐 충격
엔화 강세에 외국인 이탈 우려..."국내기업 반사이익" 전망도
일본이 17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엔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전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17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엔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전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일본 중앙은행(BOJ)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 마침표를 찍고 인상을 단행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금리 인상에 따라 일본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며 한국의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지수 상승에 따른 고점 부담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가운데 BOJ의 금리 결정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BOJ는 19일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마이너스(-) 0.1%에서 0~0.1%로 올렸다. 2007년 이후 17년만의 금리 인상이자 2016년2월 이후 8년 동안 유지해 왔던 마이너스 금리의 종결이다.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패키지로 추진했던 수익률곡선통제(YCC)와 BOJ의 ETF(상장지수펀드) 매입 역시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다. YCC와 ETF 매입은 BOJ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던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시장의 우려는 BOJ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투자 환경 변화다. 초저금리로 공급돼 왔던 유동성이 회수될 경우 시장이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적인 우려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저렴한 엔화로 미국 채권 등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가 낮을 때는 엔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금리가 오르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엔화 투자자들은 그만큼 환손실을 입게 된다. 엔화로 투자한 자산을 팔고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엔캐리 자금은 2009년 이후 10조엔 밑으로 줄어든 후 2022년 3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발동을 걸며 급격히 늘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막대하게 쌓인 엔캐리 자금이 급격히 청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13년4월 이후 엔화로 매수한 국가별 자산(채권+주식)은 △미국 71조7000억엔 △케이먼군도 52조4000억엔 △프랑스 9조9000억엔 △호주 4조6000억엔 등이다. 엔캐리 청산으로 미국채 매도가 늘어나면 미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이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변동성을 경계하면서도 엔캐리 청산과 같은 극단적인 유동성 변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에 불과할 분 현실화될 확률은 희박하다"며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넘어 과거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기존 보유 ETF를 매각하는 쇼크 수준의 정책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일본의 금리 결정이 증시에는 중립 수준에 국한되는 이슈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BOJ 회의 이후)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을 소화한 후 시장은 오는 21일 예정된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대응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가 미·일 금리 차 축소와 엔저 추세를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엔고가 진행되려면 일본 기업이나 기관이 본국으로 자금을 되돌리는 '리패트리에이션(자금 회귀)' 현상이 있어야 하는데,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어도 금리 급등을 용인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미·일 금리 차 축소에 별로 기여하지 못해 엔캐리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오히려 국내 증시에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며 증시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자국 통화의 강세는 수출기업에 악재로 작용한다. 수출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뿐더러 환차손에 의한 실적 감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추세가 진정되는 것은 일본 증시 입장에서 악재에 가깝지만 국내 증시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며 "엔화에 비해 원화가 약할 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수우위를 보이고 주가도 일본 대비 강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허 연구원은 "일본 통화정책 변화에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으로 자동차와 조선이 있다"며 "두 업종 모두 원/엔 환율 상승(엔화 강세) 국면에서 시장 대비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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