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출산 심각한데… 정치권, 아직도 헛발질
상태바
[기획] 저출산 심각한데… 정치권, 아직도 헛발질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4.03.20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 저출산 관련 공약 현금성 지원 초점 맞춰져
“일자리·주거·교육문제 등 사회구조적 시스템 개선 수반돼야"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한 관계자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치권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현금 지원 안에 집중되자 사회 인프라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한 관계자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올해 합계출산율 0.6명대로 진입하면서 오는 2028년부터는 노동력 감소세로 들어서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현금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면서 부실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0.78명) 대비 0.06명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분류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의 절반에 그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초저출산이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이 국가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하자 정치권에서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과 정책을 내놓고는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출산 및 양육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지원 내용을 담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부터 시행된 첫만남 이용권은 출생 순서와 상관없이 200만원을 동일하게 지급했으나, 둘째 이상 아동부터는 300만원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기한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여야에서도 저출산과 관련된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발표한 ‘10대 약속’ 중 2가지를 저출산 관련 문제에 할애했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산 정책을 부총리급 부처인 인구부를 신설해 통합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키로 했다. 이외에도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와 육아휴직 급여 상한 인상(150만원→210만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상한 인상,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등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층의 결혼을 지원하기 위한 결혼‧출산지원금 도입과 모든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10년 만기로 대출하고 출산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줄여주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 우리아이 키움카드‧자립펀드를 통해 총 1억원의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도 포함했다.

대부분 1차원적 현금 지원인 만큼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금 지원의 경우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적인 출산율 향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정설”이라며 “환경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일‧가정 양립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일‧가정 양립제도가 잘 마련됐지만 이를 기업에서 실행하는 방안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 지원을 통한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등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답변한 사업체가 전체의 52.5%에 불과했고,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사용이 불가하다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나 만 8세 이하,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육아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사업자는 최대 1년간 육아휴직을 허용하고 사업주에게 임금 지급의 의무가 없다고 명시했음에도 소규모 사업체 4~5곳 중 1곳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를 통해 “중소기업에서는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만큼 대기업 일자리를 늘려 여성 근로자가 실제로 모성보호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금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주거비나 양육비 지원은 일회성 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하고 현금 지원으로만 접근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교육개혁, 집값 안정화를 위한 주택 정책 기조 하에 주거비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작아지는 사회로 변화하는 만큼 체제도 함께 전환해야 하고 정치권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