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대안, 가치 산정 방식 선회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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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대안, 가치 산정 방식 선회 유력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4.03.19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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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는 떨어지는데 공시가격은 오르는 모순 발생
가치 산정 방식 위주 채택 시 국민 세부담 줄어들 듯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윤석열 정부 주도로 3년여 만에 백지화되는 가운데 대안으로 실거래가가 아닌 주택가치 위주로 공시가격을 산정해 세부담을 경감하자는 등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높이고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공동주택은 2025~2030년, 단독주택은 2027~2035년, 토지는 2038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90%에 맞추는 내용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만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시세에 맞추려다 2022년 집값 급락기에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역전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값이 급등한 것에 정부의 현실화 계획 도입까지 겹치며 공시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이런 가운데 2022년 하반기 들어 집값이 급락하면서 시세는 떨어지는 동시에 공시가격은 오르는 모순이 발생했다.

이에 현 정부는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69.0%)까지 되돌린 데 이어 이번 발표로 현실화율 폐기를 공식화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도입 이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는 2018년 4000억원 수준에서 2019년 1조원, 2020년 1조5000억원, 2021년 4조4000억원까지 올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2035년까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국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6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우선 현실화 계획 폐지가 2025년 공시부터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지난달부터 추진 중인 연구용역을 활용해 이행방안을 마련해 오는 11월까지 후속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수준을 넘지 않도록 설계하겠다”며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 개정이 제때 되지 않으면 올해처럼 현실화율을 고정하는 방식을 통해 추가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실화 폐지가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국민 조세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과거 급격한 현실화로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발생했다”며 “현실화를 폐지하게 되면 과거에 비해서는 국민들의 조세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로 세금을 내는 주체인 일반인들에게는 긍정적인 내용”이라며 “공시가격 로드맵이 작동하면 주택 가격의 상승이 없더라도 당분간 공시가격의 상승 및 그에 연계된 세 부담이 발생하는데,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로 공시가격과 연계된 세 부담 증가우려 완화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범위의 세금 부담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현실화 폐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일반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줄여주면서 거래가 증가해 시장 정상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향 자체가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방식은 가치 산정 방식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 교수는 “현재는 실거래가 위주로 공시가격을 산정 중이지만 현실화 폐지에 따라 가치 산정 위주로 가게 될 것”이라며 “향이나 층, 조망과 같은 주택의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게 되면 조세 기준으로 삼는 것들이 낮춰지면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물론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실거래가격과 공시가격이 같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선진국도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실거래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다보니 감정평가사 등의 면밀한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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