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후 ‘자영업’…아르바이트 수요도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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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후 ‘자영업’…아르바이트 수요도 고공행진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03.19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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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36.4%는 60세 이상…고령화·생계형 창업 늘어
부모·자녀 부양 부담에 노후준비 미흡한 ‘베이비부머 세대’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년퇴직 연령을 넘긴 60대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청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르바이트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7만4000명 늘어난 20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이 3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27.3%), 40대(20.5%), 30대(12.4%), 29세 이하(3.4%) 순이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같은 연령대 임금근로자와 비교해도 높다.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36.4%로, 17.0%를 차지하는 임금근로자보다 19.4%포인트 높다. 29세 이하 연령대의 경우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그쳤고 임금근로자는 16.9%다.

이들 중 ‘나홀로 사장’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426만9000명이며, 그중 60세 이상 비중은 41.2%로 더 높았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2.2%였다. 혼자 가게를 꾸리는 5명 중 2명 이상이 60세 이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및 은퇴 후 ‘생계형 창업’이 증가하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 노후대비 미흡 등으로 생계를 위해 창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 자영업자 수가 많은 것은 전반적인 인구 고령화 영향이 크지만, 생계형이 적지 않다 보니 한번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나이 들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60세 이상의 아르바이트 구직활동도 늘었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알바천국의 40대 이상 중장년 구직자 알바 지원량은 1년 전(2021년 4월~2022년 3월)보다 216.0% 늘어났으며, 신규 이력서 등록 수도 6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구직자의 알바 지원량과 신규 이력서 등록 수의 증가 폭은 각각 40.4%, 31.9% 수준으로, 중장년의 구직 활동이 특히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고물가로 인한 수입 불안 등이 과거 청소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기 일자리를 찾게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단기 일자리 취업자의 증가는 공공일자리의 영향을 받아 증가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114만명의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목표를 세웠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6.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65세 이상 고용률이 30% 이상인 국가는 한국과 아이슬란드(32.3%)가 유일하다. 고령화 측면에서 자주 비교되는 일본도 65세 이상 고용률은 25.2%다.

65세 이상 고용률이 높은 이유는 미흡한 노후대비가 꼽힌다. KB금융그룹의 ‘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2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과반(52.5%)을 넘었다. 최소생활비는 월 251만원, 기본적인 의식주 이외 여행, 여가 활동, 손자녀 용돈 등을 줄 수 있는 적정생활비는 월 369만원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재 소득과 지출, 저축 여력 등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노후생활비로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은 월 212만원으로 최소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1955년대생~1963년대생들의 은퇴 시기가 찾아왔으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고령의 부모를 모셔야 하거나 자녀들의 독립이 늦어져 양육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 등이 노후대비의 부족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담은 1968년에서 1974년생, 이른바 ‘2차 베이비부머(50~60세)’에도 이어진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1986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현재 만50세 초반 가량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노후준비 현황 조사’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 대다수가 가족부양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다. 응답자의 78.8%가 자녀 또는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4.1%는 자녀와 부모 모두를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명 중 1명 가량은 자녀와 부모, 자신의 생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셈이다. 미비한 공적연금 제도 역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지목된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창업이 늘고 있지만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에 더해 소상공인의 자생력 제고 방안에 대한 시급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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