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의료개혁은 국민 명령"… 2000명 증원은 최소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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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의료개혁은 국민 명령"… 2000명 증원은 최소 규모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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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의대증원 시기·규모 타협 없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다음 달 발족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향해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 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19일부터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에 이어, 최근 사직서 제출 행렬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의사교수 단체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전국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25일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이보다 앞서 오늘(19일)부터 사직서를 비대위에 제출하고, 25일 취합해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추진 중인 의료 개혁을 ‘국민을 위한 우리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 칭하며, 의대 정원 증원을 관철하겠단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부 의료 단체가 주장한 '단계적 증원' 내지 '증원 결정 연기' 의견에 대해선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의료계가 의대증원에 대해 대화를 원할 경우 언제든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과 사뭇 다른 입장이다.

앞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을 조금 접어야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의제에 대해서는 저희는 오픈돼 있다"고 답했다.

의정 갈등이 지속되는 현재까지도 복지부와 의료계가 물밑으로는 계속 소통하면서 연락하고, 대화하고 있었고 덧붙였다. 장 수석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그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의대정원 증원 시점을 1년 유예하고, 증원 규모 2000명으로 고정하지 말자며 정부와 협상을 제기한 바 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에선 대부분의 교수가 의대정원의 증원 규모 적정선을 350∼500명이라 답한 바 있다.

의대교수들이 증원 시기 및 규모를 조정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 밝혔던 만큼, 장 수석도 이를 고려해 협상 여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다음날인 오늘 윤 대통령은 "나중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해질 뿐만 아니라, 매년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의료 대란과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의대증원 시기와 규모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의사를 확실히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의대 2000명 정원 증원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해 설명했다. 2000년도 의약분업 당시 고령인구 비중은 7%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0%이고, 앞으로 10년 후인 2035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추계된다는 내용이다. 해당 수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 추이를 고려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부연했다.

의료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필연적으로 의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의사 인력 정책은 시대와 현실에서 동떨어져 실패의 역사를 반복해 왔다고도 비판했다.

의사 수가 급증하면서 의료의 수준이나 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 있단 우려에는 타 업계 선계를 근거로 반박했다. 전문가가 늘어난 법조계 시장 전체 규모와 역량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예시로 들었다.

이와 함께 비급여에 집중하는 의사와 필수 중증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가 늘고 정상화되면 이러한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의료개혁에 속도감을 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다음 달 발족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들도 참여해 투쟁이 아닌 논의를 통해 의료 개혁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사, 간호사, 병원 관계자, 환자, 가족, 그리고 전문가들의 도움과 협력이 절실하다. 특히 의사들의 협력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대증원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 대한의사협회는 20일부터 차기 회장 선거를 진행한다. 총 5명의 회장 후보 중 의대증원 반대 ‘강경파’에 대한 지지가 두터운 만큼, 의협의 기조에는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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