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지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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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지배의 법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3.19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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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의 규칙은 모두 잊어라!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를 지탱했던 규범이 붕괴했다!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출근길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화상미팅으로 해외 거래처와 계약 조건을 협의한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넷플릭스의 신규 콘텐츠를 시청한다.

이러한 일상은 일차적으로 기술 발전 덕분이지만, 그 뒤에는 이를 운용하기 위한 여러 ‘규범’이 이미 약속되어 있다. 이 규범은 개인과 기업 차원뿐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영향을 미치는데, 통틀어 ‘국제법’, ‘국제 규범’이라고 한다. 오늘날처럼 국제사회가 더 밀접하게 연결될수록 이 국제법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법으로부터 받는 영향력이 더 크다. 그런데 지금 국제 규범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미중 분쟁과 신냉전 2.0의 도래로 국가 간 갈등의 골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국과 대만의 군사 충돌 문제도 현실화되고 있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여 년간 국제사회를 지탱하던 거의 유일한 질서였던 다자주의 체제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각 국가들은 유명무실해진 기존 규칙을 버리고,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분열하는 세계의 새로운 규칙을 선점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4가지 메가 키워드!
‘신냉전’, ‘디지털 시대의 경제’, ‘극지방과 우주 개발’, ‘지구 위기’


저자는 이 책에서 국제 질서의 대전환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으로 ‘신냉전’, ‘디지털 시대의 경제’, ‘극지방과 우주 개발’, ‘지구 위기’를 꼽는다. 이 네 가지 영역의 공통점은 과거의 규칙으로는 무엇도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래 패권 쟁취 핵심은 이 영역의 새로운 규범의 주인이 되는 데에 달려 있다.

1부에서는 1991년 소련의 몰락 이후 해체되었던 냉전 체제가 ‘신냉전 2.0’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국제 정세를 어지럽히는지 설명한다. 여전히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법률전쟁의 측면에서 해석하여 파헤침으로써 국제 질서를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를 더한다.

2부에서는 영토 시대와 사이버 시대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 이해관계의 대립의 문제를 다룬다. 애플,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거대 IT 기업들의 세제 문제를 예시로 들어 우리의 일상 영역에서도 맹렬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환기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의 중요 사안 중 하나인 ‘초국경’을 국제법과 연관 지어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국경과 영토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어지는 3부에서는 호기심과 탐험의 영역이었던 우주와 극지방을 현실로 끌고 온다. 이 영역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의 금맥으로 떠오르면서 개발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법적 공방전을 여러 담론을 통해 보여준다. 미래 국제 질서와 세계 경제의 승자가 이 영역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지막 4부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과거의 질서로는 더 이상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면 세계를 다시 하나로 묶어줄 국가 간 연대와 연결 규범 아래 인류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 시대의 주인이 되는 법,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국제법에서 포착하라!


과학 기술이 만들어 낸 4차 산업혁명은 국제 정세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한때 우리가 진리라고 믿었던 질서는 이제 힘을 잃었다. 강대국들은 자국과 우방국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 이미 대립하고 있는 강력한 힘 위로 노선을 정하여 편승하는 것도 아직까지는 유효한 생존법이다.

그러나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제시하는 전략은 그 이상의 것이다. 일본의 침략이나 영국군이 거문도를 점령하고 ‘해밀턴 항’으로 이름을 붙인 사건들처럼 외세의 압박에 고통받았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 대변혁의 시대에 단순히 생존에만 그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반도체, 조선업 등 산업 강국을 넘어 이제는 BTS, 블랙핑크를 필두로 하는 K-POP을 통해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이 혼돈의 시기를 ‘무사히’ 건너는 것으로 만족하는가? 전 세계 법률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새로운 주역으로 거듭나길 원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해 이재민 교수는 “아직 누구도 규범을 세우지 않은 미지의 영토, 그 위로 가장 먼저 규범이라는 깃발을 꽂는 자가 곧 미래의 승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국제법은 단순히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지배할 수 없으며, 일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고, 국제기구를 비롯한 세계 무대로 진출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저자의 말대로 국제법은 결코 우리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우리 세계를 유지하는 국제 규범의 기초를 단단히 하고, 새로운 승자가 탄생할 영역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눈을 갖추기를 권한다.

저자 이재민은 ‘힘의 질서로 세계를 전망하는 국제 분쟁 전문가’로 국제 분쟁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이자 국제법학자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 보스턴대학(Boston College) 로스쿨과 조지타운대학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1992년 제26회 외무고등고시를 거쳐 외교통상부에 10여 년간 몸담았으며, 이후 국제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윌키파르앤드갤러거(Willkie Farr &Gallagher)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유엔, 세계무역기구 등 여러 국제회의와 다양한 국제 소송 절차에 참여했다. 또한 세계국제경제법학회 등 여러 국내외 학술단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9년 대한국제법학회 현민학술상, 2020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을 수상했다. 세계 곳곳에서 국가 간 이해관계와 갈등 해결의 중심에서 활약해온 저자는 21세기 국제 질서 대전환의 현장을 예리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전망한다. 국제 정세가 탈냉전에서 신냉전으로 전이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전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4가지 메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이 책에서 심도 있게 제시한다.
저서로는 『Artificial Intelligence and International Law』, 『新 국제법』, 『新국제법판례 120선』(공저) 등이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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