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현지공장' 설립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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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현지공장' 설립 고심
  • 이찬우 기자
  • 승인 2024.03.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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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 장벽과 탄소 감축 압박 심해져
중국산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점도 매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제공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철강업계의 불황이 전기료 인상, 무역장벽, 중국 저가공세 등 ‘삼중고’로 인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미국 현지공장 건설’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전기로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사업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관세와 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22년산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를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자국에 수출한 2022년산 후판에 각각 2.21%, 1.93%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포스코 후판 제품에 대한 미 상무부 예비판정은 오는 5월에 나올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미국 대비 저렴한 전기료와 인건비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했는데 갈수록 규제가 심해지면서 이러한 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또한 미국은 올해부터 철강 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1t당 55달러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에 철강업계의 고심이 더욱 깊어졌다. 철강업은 다른 산업보다 훨씬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철강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02억t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5%를 차지했다. 전체 기업 중 탄소배출 1, 2위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오를 정도로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다.

게다가 추후 '관세 신봉자'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러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의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철강 덤핑 방지를 위해 50%의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는데 솔직히 그보다 더 높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대한 비용이 드는 미국 공장 건설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국내 시장 형편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이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최근 중국의 철강 제품들이 국내로 밀려들고 있다. 선박건조에 필요한 후판이 중국에서 국내 제품 대비 약 20%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고, 다양한 철강 제품에 사용되는 열연도 국산 대비 톤당 약 25만원 싼 가격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후판과 열연을 판매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다. 한국과 달리 중국산 제품을 철저히 배척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 1월부터 중국산 철강에 12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다.

또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제3국 공장에서 생산된 중국 기업 상품의 유입에도 제동을 걸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관세를 피해 멕시코 등을 거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종 조립 지역과 상관없는 중국산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산 공세에 영향이 없는 점도 한국 철강기업이 ‘미국 진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증설 등 다방면의 사업을 검토중에 있다”며 “아직은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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