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출은 어렵고, 집값은 비싸고… 젊은층 ‘탈서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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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출은 어렵고, 집값은 비싸고… 젊은층 ‘탈서울’ 가속화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4.03.18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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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 전출인구 46만명 중 절반은 2030… 전출이유 '주택' 1위
스트레스DSR에 대출한도 축소 및 고분양가 등 주거비 부담 상승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인구 중 절반이 2030세대로 나타났다. 수도권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서울 인구가 34년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서울아파트 분양가와 전세가격 상승세 및 대출부담에 젊은층의 서울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서울의 시도간 전출 인구는 46만명인 반면 전입인구는 43만명에 그치며 서울 인구는 34년 연속 순유출됐다. 특히 취업을 통해 독립하는 20·30대의 탈서울 인구가 22만8000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전입 사유로는 34.0%가 주택을 꼽아 2, 3위를 차지한 가족(24.1%)이나 직장(22.8%)보다도 10%p가량 앞섰다.

서울에서 타지역으로 전출하는 인구 중 60.5%는 경기도로 이동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아파트 거래량은 10만4350건 중 2만1548가구를 관할시도외 거주자가 구매했다. 서울시 거주자는 1만3429건을 거래했다. 서울에서 타지역으로 이동한 인구가 많은 셈이다.

이같은 탈서울 현상은 스트레스 DSR 시행과 지속적인 분양가 급등으로 가속화되는 추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말 가계부채 급증으로 금리상승기에도 차주가 금리 부담을 버틸 수 있도록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스트레스DSR 제도를 도입했다. 스트레스 DSR제도는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기존 DSR은 규정상 40%를 넘지 말아야 하지만, 스트레스DSR 도입으로 가산금리 적용 시 총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줄어들면서 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소득 5000만원의 차주를 가정할 경우 30년만기, 원리금분할상환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기존 3억3000만원이었지만 변동금리 대출 이용 시 3억1500만원, 혼합형 대출 이용 시 3억2000만원, 주기형 대출 이용 시 3억2500만원으로 최대 4%가량 감소하게 된다.

서울 신규아파트 분양가도 지속적인 상승세로 주머니가 가벼운 2030세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3780만원으로 전년 동월(3044만원) 대비 24.18% 올랐다. 전국 평균(1770만원)이나 수도권 다른 지역(인천 1809만원‧경기 2089만원)과도 두배가량 차이가 난다.

특히 올해 서울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 중 전용면적 84㎡ 기준 최저 분양가는 13억원대(경희궁 유보라)이다. 면적을 낮춰 전용면적 59㎡을 기준으로 보면 9억6900만원(어반클라쎄목동)이 가장 저렴한 분양가다.

지난해 말 경기도 남양주로 이사한 30대 직장인 A씨(36세‧남)는 “이전에는 서울에서 전세를 살았고 직장도 서울인데 보증금과 이자를 감안하면 서울을 벗어나면 집값이 떨어지기도 해서 구축을 매수했다”며 “서울에서 살 때보다 출근 시간이 30분정도 늘어났지만 내 집이 생겼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생기고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인프라 등 주거의 질이 상향된 만큼 탈서울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 수도권은 서울 대비 주택의 질이 낮았으나, 몇 년간 아파트 품질이나 교통망 등이 개선되면서 출퇴근 시간도 줄이고 공간도 넓어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며 “GTX 등이 들어서면서 가격이 서울의 절반 밖에 되지 않고 주택의 질이 상향됐기에 서울 집값이 낮아지지 않는 이상 탈서울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월세가 저렴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일정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키맞추기가 된 상황인데 임금인상률이 따르지 못해 탈서울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집값이 비싸니까 월세가 비쌀 수밖에 없고 젊은층들이 계속 내몰리게 되는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올리는 정책이 적합하다”며 “주거비용 상승과 소득 상승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불평등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고 젊은층을 외곽으로 빠져나가게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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