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서민… 정부 대위변제 ‘4조’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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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는 서민… 정부 대위변제 ‘4조’ 훌쩍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4.03.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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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책금융상품 대위변제 미회수 잔액 4조1399억원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햇살론17' 상담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상담 창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서민들의 대출금 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햇살론을 비롯한 서민 정책금융상품에 대한 대위변제가 늘어나고 있다.

18일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민 정책금융상품의 총 대위변제금은 4조94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차주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은 7970억원으로, 미회수 금액은 4조1399억원에 달했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원금 상환을 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대출금을 내준 은행에 대신 갚아주는 것이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21.3%로, 전년(15.5%) 대비 5.8%포인트(p) 급등했다.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이 20%대를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햇살론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4.0%, 2022년 15.5%로 오른 후 지난해 1년 만에 5.8%p 올랐다.

다른 햇살론 상품들의 대위변제율도 일제히 올랐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햇살론 유스’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9.4%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4.8%)과 비교해 두 배로 오른 것이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은 10.4%에서 12.1%로 올랐다.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 뱅크' 대위변제율은 1.1%에서 8.4%로 7.3%p 급등했다.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연체율도 10%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입된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1.7%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것으로, 매달 이자만 갚은 뒤 원금은 만기에 상환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상품 금리 설계를 보다 정교하게 조정하고, 복지·고용과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햇살론15 등의 평균 대출금리가 17%대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고금리로 설정돼 연체율 및 부실화율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정숙 의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의 평균 대출금리가 17%대에 달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대부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서민금융 금리 설계 대책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정책기관이 대신 갚아야 할 돈이 많아지면 향후 취약차주에 대한 신규지원이 적극적으로 확대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증 재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서금원은 민간 금융회사가 역할을 분담해 서민금융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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