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불균형 바로잡나… 政, 의사 압박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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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불균형 바로잡나… 政, 의사 압박 강화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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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제공 제약사, 이름 공개에 수백억 벌금
의료인, 4개월 면허 정지에 처벌 경미 ‘형평성 논란’
리베이트 제공 받은 의료인 명단 공개 논의 중
복지부는 올해 말 공개되는 지출보고서에 의·약사의 실명이나 의료기관·약국명 등의 정보를 포함할지를 두고 의약계와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방침이다. 그래픽=매일일보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에게만 지나친 책임을 묻고, 이를 제공 받은 의료인에겐 솜방망이 처벌만 내려졌던 ‘리베이트 쌍벌제’의 불균형이 바로 잡힐 전망이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에 담길 정보의 공개범위 확정을 위해 최근 의사와 약사단체, 제약·바이오 기업 등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복지부는 올해 말 공개되는 지출보고서에 의·약사의 실명이나 의료기관·약국명 등의 정보를 포함할지를 두고 의약계와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의약품 리베이트에 연루된 제약사들은 큰 곤욕을 치르는 반면,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에 대한 처벌은 비교적 가벼웠던 기존 제도를 정부가 손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지난 5년간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의료인이 200명이 넘었지만, 가장 강도 높은 처분인 ‘면허 취소’를 받은 사례는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의사·한의사·약사 등 의료인의 행정처분은 총 224건이다. 그중 자격정지가 147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고 54건, 면허 취소 23건이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2010년 시행된 제도다. 리베이트를 준 기업은 물론, 제약사와 받는 의사·약사들도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쌍벌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리베이트를 받는 쪽보다 주는 쪽에 대한 처벌이 큰 실정이다.

당장 받는 처분부터 살펴봐도 기업과 의료인의 처벌 수위는 크게 다른 형국이다. 일단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이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식 발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망신을 당한다. 반면 제공 받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쌍벌제’라는 이름이 무색한 형편이다.

최근 국내 전통 제약사 J사는 리베이트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200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J사의 리베이트 수단 및 액수는 물론 의약품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누가 받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리베이트에 연루된 의료인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만 공개됐을 뿐, 이름이나 소속 기관은 나오지 않았다.

또 제약사는 명단 공개와 더불어 과징금을 배상하거나 관련 의약품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는 처분까지 받는다. 2018년 3월 보건복지부는 급여정지 행정처분 조항을 폐기가고 '약가인하'와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다만 2014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된 약제는 여전히 급여정지 처분 대상이다.

반면 의료인은 보통 2~12개월 사이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다. 1차 위반 시 금품 수수액 2500만원 이상이면 자격정지 12개월, 수수액 300만원 미만이면 경고 처분이 내려진다. 적발된 사례를 살펴보면, 행정처분의 대다수를 차지한 자격정지 기간은 4개월이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12개월 정지는 38건, 10개월 17건, 2개월 16건, 8개월 12건, 6개월 10건이다. 사실상 1년 이하 면허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셈이다.

다만 제약업계는 언제든 추진 가능했던 제도 개선이 의정 갈등이 본격화 된 지금에서야 논의됐단 점을 문제 삼는다. D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불균형한 처벌은 이전부터 업계가 지적해 왔던 문제다. 평소에는 들은 척도 안하다가, 이제서야 의사들의 기를 누를 작정으로 정부가 그 카드를 꺼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비대면 진료 업체도 같은 부분을 문제 삼았다. 정부는 이번 의사 집단행동 사태를 맞아 “집단행동 기간에도 필요시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대상 환자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강행할 수 있던 안건이었다. 의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 셈인데, 만약 의사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히려 아직도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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