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돌풍 일으키는 中 플랫폼, 용두사미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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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돌풍 일으키는 中 플랫폼, 용두사미 안 되려면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4.03.1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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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한국 시장을 파죽지세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를 넘어 전통 유통공룡을 제치고 1위를 꿰찬 쿠팡 마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 초저가·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시장 영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된 국내 소비자들의 새로운 쇼핑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사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0% 치솟은 818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합몰 이용자 수 순위로 따져봐도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1위인 쿠팡(3010만명)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 서비스를 전개한 테무는 불과 7개월 만에 581만명 이용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G마켓((553만명)을 추월하고 4위에 안착한 것이다. 쉬인 사용자도 68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중국 플랫폼들이 단시간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려가는 만큼, 적잖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매끄럽지 않은 교환·환불·반품 처리는 물론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규정에 반하는 광고를 일삼으며 물의를 빚었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까지 둔감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시정을 요구했던 가품(짝퉁)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중국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특송목록 기준)은 6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6만건)보다 8.3% 증가한 수치다. 알리의 경우 가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100억원 쏟아붇기로 결정했지만, 가품 이슈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비자 민원은 지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 관련 소비자 민원 건수는 673건으로 확인됐는데, 2022년(228건)의 3배에 이른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알리 관련 소비자 민원은 352건이다. 동기간 테무 관련 민원도 지난해 연간 건수(7건) 보다 많은 17건으로 파악됐다.

정부당국도 최근 해외 플랫폼의 한국 시장 공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더 큰 문제는 근본적인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해외 기업에 국내법을 차등없이 적용하겠다는 입장인데, 현실적으로 제재가 쉽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결국 현재로선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자발적 솔선수범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국 시장에서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고자 한다면,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치밀하게 궁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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