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어 의대교수마저… 의료·교육 현장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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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어 의대교수마저… 의료·교육 현장 무너진다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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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19일부터 사직서 제출 고려
'빅5 병원' 경영 악화로 적자 운영… 병동 통폐합·무급휴가로 버텨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세탁된 가운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공의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까지 의료현장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료공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외에도, 사직에 찬성하는 의대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에 앞서 사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원래 계획대로 서울의대 교수들이 19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할 것인지,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의 합의대로 25일부터 사직을 시작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12일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유예하고 정부, 의사단체를 넘어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정부가 거절한 바 있다. 비대위는 19일 오후 5시 총회를 다시 열어 결정할 계획이다.

강원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최근 “정부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사직까지 불사할 것”이라며 집단행동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수 183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에서 148명(80.9%)이 응했는데, 이 중 73.5%가 '정부가 협상의 자리로 나오지 않는다면 개별적 사직서 제출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12명 중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총 1만1994명이다. 이미 전체의 92.9%가 의료현장을 떠난 상태에서 의대교수마저 의료현장을 떠날 경우, 의료공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집단행동 기간 동안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증·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경증환자는 인근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는 내용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 현장의 중증·응급진료와 관련된 지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더 아픈환자에게 대형병원을 양보한 국민 의식과, 환자 곁을 지킨 의료진이 만든 성과라는 설명이다. 또 인구밀집 지역의 높은 수술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공중보건의사 및 군의관을 수련병원 등에 본격 배치했다. 복지부와 국방부는 일차적으로 공중보건의사, 군의관을 20개 의료기관에 4주 간 파견한다. 파견된 군의관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이다. 공보의 중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이다.

사직 전공의의 자리를 공보의로 보충해 의료현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로는 병원과 의료인에 대한 업무 부담은 늘어난 형편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15일 국내 대형병원 중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해당 의료원은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일명 ‘빅5’ 병원 중 하나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주요 병원은 정부에 저금리 융자 규모를 확대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서울대병원은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렸다. 그 규모는 2배가 늘어난 1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도 경영난으로 500억∼600억원 규모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검토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상 가동률 급감으로 매일 1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과 응급의료기관을 비롯해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5대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사뭇 다른 상황인 셈이다. 주요 병원에 차출된 공보의 중 상당수는 인턴 업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의사들로 구성돼 병원 시스템과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형편이다.

한편 의대생의 무더기 휴학에 이어 의대교수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수업이 언제 재개될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의대생의 집단 유급에 대비해 대학들이 개강 연기로 버티고 있지만, 2학기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5월 내엔 개강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의대교수에게 사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질타하면서, 강대강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의료 대란이 현실화되고, 의과 교육마저 증발한 상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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