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 코앞…역차별 논란 등 문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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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 코앞…역차별 논란 등 문제 산적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4.03.1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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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시행 앞두고 업데이트 분주…모호한 규제 기준에 혼란 가중
인건비 등 불필요한 리소스 소모 우려…법 해석 차이로 충돌 가능성도
해외 게임사 규제 방안 없어 역차별 논란…대리인 지정제도는 '낮잠'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법률 사후관리 업무 설명회에서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가이드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의무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게임업계는 규제 준수를 위한 막바지 업데이트 작업에 분주하지만 모호한 법 기준과 국내 기업 역차별 가능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제도가 담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이 오는 22일부터 별도 유예 기간 없이 시행된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아이템의 일종으로,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이용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높거나 낮은 가치의 게임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

게임사들은 이 법안에 따라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간 게임물의 아이템 유형과 확률 정보 등을 자사 홈페이지, 광고물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뽑기 시도 횟수에 따라 확률이 바뀌는 ‘변동 확률’이나 일정 이상 시도하면 확정적으로 아이템을 얻는 ‘천장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 게임 이용자의 시도 횟수에 따른 구간별 성공 확률을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아울러 아이템 성능을 강화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강화 구간별 성공·실패 확률도 포함됐다.

게임물의 등급 분류를 담당해온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법 시행과 함께 모니터링단을 꾸려 확률 정보를 감시한다. 만약 게임사가 확률 내용을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 공시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권고·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게임사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외 게임사의 경우 앱 마켓 사업자와 협조해 국내 유통을 제한한다.

게임사들은 지난해 11월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을 때부터 확률 공개 시스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을 자체 점검하고 비즈니스 모델(BM)을 다각화하는 등 대응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리소스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당장 규제 대상의 범위와 광고물의 범주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확률형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에 ‘광고에서 확률을 표기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예외 규정을 뒀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설명이 명시돼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안 시행 이후 나타날 위반 사례들을 토대로 처벌 기준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규제 방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관리 인력을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인건비 등 추가 투자가 따라붙게 된다”며 “결국 전체적인 리소스 측면의 지출이 커질텐데, 현재 매출 상황을 감안할 때 부담 요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에는 무상으로 얻는 확률형 아이템만 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유상+무상’이 혼합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기준은 없다”며 “이렇게 되면 규제 범위도 지나치게 넓을 뿐 아니라 게임사와 이용자 간 법 해석 차이로 소모전이 발생하면서 업무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사에 대한 규제 방안이 여전히 미흡해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에 대한 확률 공개는 의무화되지 않는 데다가 뚜렷한 제재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의 98%는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율규제를 준수해 왔으나, 해외 게임사는 56%만 규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12월 확률공개 미준수 게임물 리스트’에 오른 13개 게임 중 12개가 해외 게임이었다. 특히 일렉트로닉아츠(EA)와 밸브, 카멜게임즈와 릴리스게임즈 등 해외 게임사들은 총 22회에 걸쳐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해외 게임사가 국내에 게임 서비스 시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를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계도기간 없이 바로 시행되다 보니 초기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버섯커 키우기’ 같은 해외 게임들이 국내 시장 파이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게임사에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국내 게임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예 기간 없이 바로 시행되는 제도임에도 세부 내용에 있어선 개선이 필요한 점이 많다”며 “지금은 총선 때문에 어렵겠지만 이후에라도 업계와 지속 소통하면서 빈틈을 빠르게 채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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