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교체多···중장기 비전·사업 다각화 방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건설사 사명(社名)에서 '건설'을 떼고 자연(Eco)·도전(Challenge) 등 진취적인 의미가 담긴 영문 조합을 내거는 게 메가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탄소중립(넷제로) 목표에 부합한 ESG 평가 등 지속가능경영 이미지를 다지고 신사업 확대 및 해외수주 등 분위기 쇄신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회사 이름을 '삼성E&A'로 바꾸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다. 새 사명에는 53년간 쌓은 회사의 고유 정체성인 엔지니어링(Engineering)에 에너지(Energy)·환경(Environment)·자연(Eco) 등을 함축하고, 수행 혁신과 의지가 담긴 어헤드(Ahead)가 결합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비전 선포 및 중장기 전략 수립 등 미래 구상 과정에서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과 미래 확장성'을 반영한 새 사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번 사명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궁홍 사장은 "새로운 사명을 계기로 기존 사업 수행 능력을 단단히 하고, 신규사업 기회를 선점해 지속 가능한 회사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시공능력 34위 중견 건설사인 SGC이테크건설도 'SGC이앤씨(SGC E&C)'로 회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오는 20일 주총에서 의결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기술 경쟁력(Engineering)을 바탕으로 리딩 EPC(설계·조달·시공)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SGC이테크건설은 이와 동시에 사업목적에 물류 운송·유통업·보세창고업·통관 대리 관련 서비스업 등을 추가한다. 이 회사는 물류기업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를 설립해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에선 지난 2~3년 전부터 회사명에서 '건설' 간판을 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SGC이테크보다 앞선 사례로는 DL이앤씨(구 대림산업)·SK에코플랜트(구 SK건설)·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HL D&I 한라(구 한라건설)·신영씨앤씨(구 신영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기존 건설(Construction) 또는 개발(Development)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친환경·신성장·혁신 이미지를 부각한 영문 조합 통해 중장기 사업 방향과 모토를 강조했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와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사명을 교체한 주요 기업들의 작년 연간 실적을 보면, 2년 전보다 토목·주택 등 건축 사업 비중이 줄고 환경·플랜트·인프라·에너지 사업 비중이 큰 폭으로 늘면서 당초 제시한 사업 방침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양상이다.
간판 교체는 ESG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이자, 불경기로 침체된 분위기 전환 및 신사업 확장, 건설이라는 단어가 주는 난개발 등 부정적 이미지 쇄신 등 다양한 포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사명을 교체한 A사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를 비롯해 ESG 평가 및 공개 의무화 등 친환경·비재무적 요소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계속 늘고 있고 내부 분위기 전환과 해외 입찰 등에서도 글로벌 추세에 맞는 사명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인지도를 쌓아온 사명 교체로 중장년층에 각인된 탄탄한 대형사 이미지를 잃었다는 일부 사내 직원들의 불만과 정비 수주전 등에서 손이 더 가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