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유급사태’ 현실화… 의대 집단행동 합류 가능성 커진다
상태바
의대생 ‘유급사태’ 현실화… 의대 집단행동 합류 가능성 커진다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4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 정상화 위한 교육부-의대생 단체 대화 무산
전의교협, 의대생 유급 현실화 시 ‘사직·겸직해제 시행’ 경고
14일 오전 개강일이 지난 경기도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오전 개강일이 지난 경기도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이 휴학 및 수업 거부에 나선 가운데, 교육부가 학생 단체에 제안했던 협상 기일(13일)이 마감됐다. 사실상 대화의 물꼬 조차 무너진 만큼, 의대생 ‘집단유급’ 사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전날(13일) 오후 6시까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표에게 대화에 응할 것을 제안했지만, 협회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이 장관은 대표들이 대화에 응하는 경우 의과대학 학사운영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의대협 대표자들은 교육부로부터 공식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대협 공동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는 3인 중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김건민 순천향의대, 전우혁 중앙의대, 권나현 인제의대생 등이다.

이들은 “교육부가 의대협에 대한 존중과 대화의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휴학계를 처리하지 말라는 비상식적이고 모순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전날 이 장관이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절대 허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에 대한 지적이다. 이 장관은 ”그동안 거듭 강조해온 바와 같이 집단행동인 '동맹휴학'은 휴학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전날 98명의 의대생이 추가로 유효 휴학 신청을 냈다. 현재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6051건으로 늘어났으며, 전국 의대 재학생 1만8793명(지난해 4월 기준) 중 32.2% 수준이다. 지난 12일엔 511명이 추가로 유효 휴학 신청을 했다. 이전까진 하루에 10명 이하 유효 휴학이 발생했지만, 최근 의대교수들이 의대생 보호에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이틀 사이 700명 가까이 무더기 휴학 신청이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이는 유효한 절차를 준수한 휴학 건수만 나타낸 것으로, 실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3698명이었다. 유효 휴학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8000여명의 의대생이 유급 위기에 놓였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6개 대학이다. 수업이 시작됐는데 일정 기간 수업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F학점을 받고 유급 처리 된다. 의료계는 이들이 무더기로 유급을 받는 시점을 14일로 예측했다.

가령 지난달 초 일부 과목이 개강한 한림대의 경우, 의대 본과 1학년 83명이 해부신경생물학교실의 한 주임교수로부터 “학칙에 의거, 수업일수 미달로 인한 FA 유급임을 통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림대 학칙에 따르면 결석 허용한계를 초과할 경우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해당 과목에 F 학점을 준다. 보통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을 경우 유급 처리된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학사 일정 연기 등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14일은 마지노선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지만, 실제로는 유급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이 장관이 시도한 대화 협상마저 수포로 돌아가며, 이들을 구제할 이유와 방안이 없는 상태다.

대학 측은 ‘무더기 유급’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은 의대 개강을 연기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5월 말이 한계다. 각 대학은 1학기 수업일수를 적어도 15주 확보해야 한다. 통상적인 2학기 시작 일정(9월 1일)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여름방학 없이 8월까지 1학기 수업을 한다 해도 최소한 5월 말 부턴 수업이 쉬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

또 의대교수 단체가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일정이 다가온 만큼, 교수들마저 사직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저녁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한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이나 '겸직 해제'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