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경쟁력 악화 vs 수익성 강화'…수입산 열연 두고 철강업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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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경쟁력 악화 vs 수익성 강화'…수입산 열연 두고 철강업계 갈등
  • 이찬우 기자
  • 승인 2024.03.1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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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수입산 열연 강판 덤핑 조사 신청 검토
중견 제강기업 "수입산 제품 싸고 품질도 좋아"
현대제철 열연.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열연. 사진=현대제철 제공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저렴하게 유통되는 ‘수입산 열연 강판’으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열연을 공급하는 대형 철강사들은 저가 수입 강판이 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견 제강사들은 수익성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대형 철강기업들이 국내에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반덤핑은 외국 물품 가격이 국내 물품 가격보다 너무 낮게 수입돼 국내 사업에 피해를 입히거나, 입힐 우려가 있을 때 정상가격과 덤핑 가격 차액 범위내에 부과하는 관세다. 즉, 싸게 들어오는 물건에 대해 관세를 붙여 국내에서 비싸게 팔도록 만드는 장치다.

최근 철강업계는 ‘저가 수입산’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국산 철강재들이 시장에 남게 됐는데 이를 한국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철광석 등 자원이 풍부한데다 전기료, 인건비 등도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에 한국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산 제품도 엔저현상을 등에 없고 저렴한 가격에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두 국가에서 유통되는 제품들 가격도 싸지만 품질도 한국 제품 대비 부족하지 않다. 이에 중소 철강사들이 비싼 국산 열연 대신 수입산 열연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열연강판은 전년보다 24.4% 증가한 422만2000t으로 집계됐다. 이 물량 가운데 일본산은 221만7천t, 중국산은 179만t으로 각각 전년보다 수입량이 29.9%, 2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일본산 제품 수입이 늘어난 이유는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수입산 열연강판은 국내산 대비 약 20만원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다.

업계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2월 기준 중국산 열연은 톤당 약 60만원대에 유통되고 있는 반면, 포스코, 현대제철의 제품들은 약 85만원대에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대형 철강사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반면 중국산 열연을 사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경우 영업이익율이 30%에 달하는 등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덤핑 조사 신청을 위해서는 해당 제품 국내 생산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나 반덤핑 조사에 대해 찬반 의사를 밝힌 국내 생산자(무응답 제외) 중 5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내 업계는 포스코가 내수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어 단독으로 조사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현대제철이 조사 신청을 하면서 포스코가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고 무응답 하는 경우도 요건을 갖추게 된다.

뿐만 아니라 덤핑 조사 신청 시 해당 제품의 수입이 절대적(수입량)·상대적(국내시장 점유율)으로 증가해 국내 산업의 피해가 있고 2% 이상의 덤핑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도 이미 통계로 확보됐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상황이 반덤핑 제소까지 치닫으면서 철강업계간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열연강판은 주로 후공정을 통해 자동차용 강판, 강관재, 건축자재 등 산업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이에 이를 공급하는 포스코·현대제철과 이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동국제강·세아제강·KG스틸 등 중견 제강사들의 입장이 갈리는 것이다.

중견 제강사 관계자는 ”20년 전만 해도 중국산 열연제품은 구멍이 나있는 등 품질적으로 국산 제품과 차이가 많았다. 이에 값이 더 나가도 국산 제품을 사용해 왔다“며 ”반면 최근엔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국산 제품과 별차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고 가격은 오히려 저렴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이를 사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수입산 물량을 제한한다면 열연 시장이 한 기업의 독점 체제로 돌아갈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국내 철강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견 제강사 사이에서는 지난해 열연강판 수입 증가는 태풍 힌남노 피해로 포스코가 제품 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며, 수입산과의 가격 격차는 덤핑 때문이 아닌 대형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 때문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2023년 열연 생산량은 1066만t을 기록해 2022년 연간 생산량(926만8천t)이나 2021년(924만3천t)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덤핑 제소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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