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진료체계' 의지하는 정부…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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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진료체계' 의지하는 정부… 실효성 의문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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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현장 안정적, 비상진료체계로 대응할 것"
의료계 "1만명 의사 없어도 안정적이면, 증원문제 원점으로 돌려야"
지역 사회 공보의, 주요 도심 병원으로 파견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인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인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가동중인 ‘비상진료체계’가 의료파동 장기화 시 한계점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의사집단행동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3월 첫주 하루 평균 입원환자는 2월 첫주 대비 36.5% 감소했다. 전날 기준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평상시와 유사한 3000명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5대 병원도 유사한 상황이다. 같은 날 기준 입원환자는 지난주 대비 6.4% 증가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지난주 대비 4.6% 늘었다. 응급의료기관 전체 408개소 중 97%에 해당하는 397개소는 병상 축소없이 운영 중이다. 공공의료기관 97개소 중 52개소는 진료시간을 연장해 운영중이며, 군 병원 12개소는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 현장의 중증·응급진료와 관련된 지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더 아픈환자에게 대형병원을 양보한 국민 의식과, 환자 곁을 지킨 의료진이 만든 성과라고 해석했다. 더불어 우수한 역량을 갖춘 중소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전원된 환자에게 질 좋은 의료를 제공한 덕분이라고 부연했다.

중대본은 중증·응급환자의 의료이용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 중이다. 집단행동 기간 동안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증·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경증환자는 인근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1만명이 넘는 전공의 사직 상태에서 의료 체계가 안정적이라는 정부 설명이 모순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한 의료인은 “의사가 부족한데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의대증원이 문제가 아닌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사 부족을 이유로 지역 공보의를 도심의 주요 병원에 파견하면서도, 사직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를 추진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단 비판이 나온다. 공보의란 병역의무 대신 3년 동안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말한다.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돌보던 이들이 떠나면서, 의대증원의 명분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난 11일부터 공중보건의사 및 군의관을 수련병원 등에 본격 배치했다. 복지부와 국방부는 일차적으로 공중보건의사, 군의관을 20개 의료기관에 4주 간 파견한다. 파견된 군의관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이다. 공보의 중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이다.

실제 이번에 파견되는 공보의 40%가량이 서울 지역 병원으로 배정됐다. 전라남도 지역에 근무하는 공보의 267명(의학 분야) 중 8.6%인 23명은 서울, 광주, 충북 등 도시지역 병원으로 다음달 11일까지 파견된다. 인구가 많은 서울 특성상, 지역 병원보다 중증 환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단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파견될 공보의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휴학을 선택한 상당수의 의대생이 현재 공보의와 군의관이 도구처럼 마구 차출되는 현실을 보고는 현역 입대가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입영 대상자인 의대생들이 모두 현역으로 입대하면 몇 년 후부터는 오지와 군부대에서 의사를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출 공보의 중 상당수는 인턴 업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의사들로 구성돼 병원 시스템과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다. 주 위원장은 "파견된 공보의와 군의관들은 제대로 된 숙소조차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졌다"며 "수천 명의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면서까지 호기롭게 말했던 정부 대책이 고작 이런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비상진료쳬계 강화를 통해, 의료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 제기한 ‘해외 의대생의 국내 유입 유도’ 의견은 부정했다. 복지부는 의료공백 사태는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 운영으로 대처하겠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의대증원 문제와 관해 원칙대로 할 것이라 강조하며, 미복귀자에 대한 타협은 없단 입장이다. 이어 "응급 환자 및 중증 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비상 대응을 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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