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실적잔치 끝나나…상생금융 압박에 ELS 사태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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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실적잔치 끝나나…상생금융 압박에 ELS 사태 ‘가시밭길’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3.14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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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1분기 실적 '빨간불'...이자환급 등 부담
H지수 ELS 배상 비용 등 충당금 추가적립 불가피
시중은행들이 민생금융 지원과 ELS 배상까지 떠안게 되면서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민생금융 지원과 ELS 배상까지 떠안게 되면서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시중은행들의 올해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등 일회성 비용 증가로 대손충당금 규모가 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당기순이익이 2~12%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의 1분기 실적도 내리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은행 비중이 높다. 금융지주 실적을 통해 은행의 실적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금융지주 은행 순이익 비중은 △KB금융 70.4% △신한금융 70.2% △하나금융 100.7% △우리금융 100.0%로 나타났다.

은행의 실적 저하는 민생금융 지원방안과 홍콩 ELS 사태 등에 따른 비용 절감이다. 지난해 은행들은 민생금융 지원방안 실천을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조원+알파(α)을 시행하기로 했다. 1조6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환급(캐시백)과 4000원 규모의 자율 프로그램이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이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지난해 중 납부한 이자에 대한 1차 환급으로 1조3455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1차 환급 규모는 당초 예상 규모인 1조3587억원의 99.02% 수준이다. 전체 환급 예정액 1조5009억원 중 나머지 1554억원은 올해 4월부터 분기말 익월에 3개월 단위로 집행할 예정이다. 자율프로그램 6000억원에 대한 집행계획은 이달 말에 발표 예정이다.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도 민생금융 지원방안 비용 발생과 H지수 ELS 상품 원금 손실 배상을 위해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으면서 금융권의 불완전판매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 조정안에 따르면 판매회사와 투자자별 책임을 각각 반영해 최종 배상비율 산정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론상으로는 0~100%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금융상품 판매는 좀더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은행의 비이자이익 부문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실적 부진은 자명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발표된 배상안과 관련해선 1분기 실적 추정치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올 연간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고꾸라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ELS의 만기가 도래하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조정안 관련 비용은 순차적으로 확정될 것"이라며 "배상 차감 및 가감 항목 반영 역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련 비용은 올 1분기 이후 순차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라고 봤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을 산출했는데 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은행 약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이다"며 "다만 실제 배상 규모는 각 사별 구체적인 배상안, 투자자의 수용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으로 현재로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각 은행별 배상안이 확정되면 예상 손실 규모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비경상 손실 요인 발생과 자본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H지수 ELS 사태는 은행 비이자수익 개선에 있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은행 빼고 국민·신한·하나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며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ELS(ELB 제외·원화 기준) 발행 금액은 8851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월(1조6667억원) 대비 47%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2조2020억원) 대비로는 60%나 줄었다. 2월 전체 ELS 발행액은 2009년 5월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H지수 ELS 만기도래 규모는 4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상반기 6조9000억원, 하반기 3조6000억원이 예상된다"며 "배상비율이 20%인 경우 8112억원, 40%인 경우 1조6224억원으로 추정돼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금융사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판매의 경우 좀 더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은행의 비이자이익, 증권의 WM부문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대출 연체율 증가도 한몫한다. 은행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져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 순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대 은행 모두 전년 대비 연체율이 상승했다. 

반면 그간 하락세를 보였던 NIM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NIM이 1분기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충당금 측면에서도 아직 큰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1분기 실적은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1분기 은행 전체 순이익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약 6조1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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