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만 학생이냐”… 대학생 간 내부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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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만 학생이냐”… 대학생 간 내부갈등 심화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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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대생 집단 유급 막기 위해 학생 단체에 대화 제안
대학, 개강 연기로 의대생 유급 방지 총력
"타 학과와 형평성 어긋나"… 의대생 향한 혐오정서 팽배
지난 4일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1학기 총동아리연합회 가두모집 현장 모습. 이미 새 학기를 맞이해 대학생들이 캠퍼스 라이프를 시작한 반면, 의대생들은 휴학 및 수업 거부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1학기 총동아리연합회 가두모집 현장 모습. 이미 새 학기를 맞이해 대학생들이 캠퍼스 라이프를 시작한 반면, 의대생들은 휴학 및 수업 거부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휴학 및 수업 거부에 동창한 의과대학 대학생들을 놓고 대학내 혐오 정서가 팽배해 지고 있다.

13일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전날 기준 5개교에서 511명이 추가로 유효 휴학 신청을 했다. 유효 휴학 누적 건수는 5954건으로 늘어났다. 전체 의대생의 약 31.7% 수준이다. 

이전까진 하루에 10명 이하로 유효 휴학이 발생했지만, 최근 의대교수들이 의대생 보호에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무더기 휴학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효한 절차를 준수한 휴학 건수만 나타낸 것으로, 실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3698명이었다. 동맹휴학은 허가된 바 없었다. 다만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6개 대학으로, 지난 10일보다 4개 대학이 줄었다.

의대생들이 수업에 불출석하면서, 집단 유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보통 의대는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한 과목이라도 F를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이미 개강했지만, 수업 거부가 계속되면 의대에선 집단 유급 처리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대학 측은 ‘무더기 유급’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집단 유급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구제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표에 대화를 제안하고, 13일 오후 6시까지 답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화에 응하는 경우 의과대학 학사운영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개강 연기로 대응하고 있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대학 외 나머지 대학은 학사 일정을 뒤로 미룬 상태다. 늦어도 5월부터 수업을 시작하면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필수 수업 일수를 채울 수 있다.

일각에선 의대생에게 지나친 특혜를 부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 K대학교 재학생은 “일반적인 학교라면 수업에 빠진 학생에 대한 패널티가 엄중하며, 구제 방법도 없다. 그런데 의대생이란 이유만으로 학교가 개강을 연기하고, 정부가 대화까지 제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 Y대 재학생은 “다른 학과 학생들이 집단으로 휴학계를 낸다고 가정해보자. 대학 측은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며 콧방귀도 안 뀔 것”이라며 “수업 거부든 휴학이든 그 결과는 본인이 인지하고 실천한 것인데, 왜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대학에선 의대생을 학교 동아리에 끼워주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학부 간 배타적 정서가 팽배한 상황이다. 서울 S대 학생은 모교 커뮤니티에 “의대 애들 동아리 끼워주지마”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의학)과 동아리에서 지들끼리만 놀던 카르텔 애들인데, 정작 휴학하니까 기어나와서 다른 동아리에 끼워달라고 한다”며 “우리는 의대 망하는 거 보면서 축배나 들자”고 조롱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의대생이) 일반과 타령 하면서 다른 과는 왕따 시키던데”라며 평소 일부 의대생들의 행실을 비판했다. 이어 “자성의 목소리를 전혀 안 내는 것 보면 단체로 인성이 나쁜 듯 하다”고 했다.

서울 S대 학생은 모교 커뮤니티에 “의대 애들 동아리 끼워주지마”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에브리타임

제자를 보호한다며 사직서까지 내겠다는 의대교수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일부 의과대학 교수 단체는 미복귀 전공의와 의대생 휴학 사태 등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이들에게 피해가 생길 경우 집단행동 합류 의사를 밝혔다.

Y대 학생은 “의사가 되는게 고작 몇 년 늦어질 뿐인 제자의 앞길을 우선하는 의대교수들을 보면, 우리 학과 교수도 본받으라 말씀드리고 싶다. 환자들은 치료를 기다리는데, 의대교수들을 제자들의 목소리만 들리나보다”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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