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 발주 현장도 공사비 분쟁…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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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기업 발주 현장도 공사비 분쟁… 언제까지 이어질까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3.1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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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갈등, 정비사업→법인사업 확산 양상
금리·원가 고공행진··· 당분간 분쟁 증가 불가피
현대건설과 롯데쇼핑이 광주광역시에서 주상복합건물 공사비 증액분 반영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현대건설과 롯데쇼핑이 광주광역시에서 주상복합건물 공사비 증액분 반영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현대건설 서울 계동 사옥(왼쪽)과 롯데쇼핑 소공동 사옥.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건설 원가 급등과 실적 악화로 전국 대형 건설현장에서조차 공사비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현장도 기존 중소형 정비사업에서 최근에는 대기업 발주 현장으로 확산되면서 적어도 연내에는 관련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에서 오는 4월 준공을 앞둔 '광주 쌍암동 주상복합건물' 공사비 증액을 놓고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브이산업)과 시행사인 롯데쇼핑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시공 원가 상승을 이유로 지난 2022년부터 롯데쇼핑에 14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롯데쇼핑 측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시공 측은 올 초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DL건설은 지난해 말 준공된 '안양물류센터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 400억원을 놓고 발주처인 LF그룹 및 코람코자산신탁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DL건설 측은 "사업지 일대에서 오염토가 나와 공사 기간이 6개월 넘게 지연되는 등 손실이 막대했고, 발주처에 요청해 공사비 증액 협의를 마친 항목도 있지만 일부 항목 대한 소송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재협상 또는 갈등으로 공기 연장과 분양 지연을 겪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 청담삼익(청담르엘, 롯데건설 시공) △잠실진주아파트(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상계주공5단지(GS건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현대건설) △신반포22차(현대엔지니어링) △고척4구역 재개발(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부산진구 범천 1-1구역(현대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사들은 자잿값과 인건비 등 건설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확산으로 현금 회수에 난항을 겪으면서 손해보고 공사하는 상황이라는 볼멘소리를 쏟아내는 반면, 발주처에선 계약 당시 체결한 물가인상 배제 특약 또는 물가인상분 상당 반영, 조합총회를 마친 분담금 상승 등을 내세워 공사비 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잠정 기준 공사비 지수는 154.64로, 3년 전인 2020년 12월(121.80)보다 32.84%p 올랐다. 이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통계청)는 100.33에서 113.15로 12.82%p 상승했다. 공사 원가가 소비자 물가보다 3배 가량 더 오른 셈이다.

실제로 지난 2~3년간 기초 자잿값과 수급 불안이 계속되면서 건설 핵심 자재인 시멘트 가격과 철근값이 20~30%가량 뛰었고, 인건비와 현장 중장비 임차료도 대폭 올랐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1년 톤(t)당 7만8800원이던 7대 시멘트사 평균 가격은 지난해 기준 11만2000원으로 3년 사이에 42.1% 급등했고 지난달에도 추가 인상돼 반영됐다. 철근 원가(e-나라지표 동향)는 2020년 하반기까지 톤당 670달러였지만 이듬해부터 치솟기 시작해 현재 105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적용되는 일반공사직의 하루 평균 임금은 25만8359원이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19만7897원)보다 30.6% 오른 액수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줄면서 단가가 크게 올랐고 이후 임금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있다.

이 같은 공사비 분쟁은 적어도 연내에는 계속 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분간 고금리와 원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2~3년 전 호황기 때 건설사들이 대거 끌어들인 수주 물량과 당시 관행처럼 삽입한 '책임준공' 및 '물가 배제' 특약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상 2021년 하반기 이전에 맺은 도급계약은 다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착공 후 물가변동 배제 조건이 있더라도 대외적인 수급 차질에 따른 원가 급등 문제는 법적 다툼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물가와 저성장, 금융여건 등 악재가 많아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된다"면서 "수주산업인 건설업 특성상 발주처와 시공사간 공사비 재조정 문제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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