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 유급 위기 마지노선은?
상태바
의대생 집단 유급 위기 마지노선은?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1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효 휴학 신청, 10일 기준 누적 5446건… 전체 의대생의 29%
1학기 필요 수업일수는 15주… 최소 5월부턴 수업 시작해야
개강일인 지난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국의 의대생들의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동맹휴학과 수업 거부로 맞섰다. 이들이 수업일수 미달로 유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래의 의사 부족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에서 정상적인 절차 등을 지킨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전날 기준 누적 5446건이다. 전국 의대 재학생 1만8793명(지난해 4월 기준) 중 29% 수준이다.

이는 유효한 절차를 준수한 휴학 건수만 나타낸 것으로, 실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3698명이었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허가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형식 요건을 갖췄더라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미 10개 대학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된 상태다. 국내 4개 의대 중 1개 대학에서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해당 대학에서는 학생 면담·설명 등 정상적 학사 운영을 위해 노력 중이라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정상적인 학사관리를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할 계획이다.

올해 새 학기가 이미 시작됐는데, 의대생들이 수업에 불출석하며 집단 유급이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보통 의대는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한 과목이라도 F를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이에 따라 이달 14일부터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미 개강했지만,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의대에선 집단 유급 처리를 받을 수 있다. 한림대는 지난달 초 일부 과목이 개강했지만 학생들이 계속 수업을 거부하고 있어 14일이면 수업일수 미달로 유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교육부 측은 "각 대학이 학사 일정 연기 등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14일은 마지노선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 측은 개강 연기로 대응하고 있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10곳일 뿐, 나머지 30개 대학은 학사 일정을 조정한 상태다. 교육부는 "거꾸로 해석하자면 전국 40개 의대 중 10곳은 개강했고, 나머지 30개 대학은 개강을 연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강 연기에도 한계는 있다. 각 대학은 1학기 수업일수를 적어도 15주 확보해야 한다. 통상적인 2학기 시작 일정인 9월 1일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여름방학 없이 8월까지 1학기 수업을 한다 해도 최소한 5월 말 부턴 수업이 쉬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 다만 학생 및 교수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의대의 학업량을 고려하면 적어도 4월 중엔 수업이 시작돼야 한다.

의대생 집단 유급 위기가 다가오면서, 의대교수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협의회는 이달 안에 의대생 휴학 사태를 해결해야만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정부도 집단 유급이 가시화되는 시점에는 구제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표에 대화를 제안하고, 13일 오후 6시까지 교육부에 답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화에 응하는 경우 의과대학 학사운영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대생에게만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K대학 영문과 재학생은 “다른 학과는 이미 개강해서 수업받고 있는데, 수업 거부는커녕 집안 사정으로 빠져도 구제 받지 못한다. 수업을 듣던 안 듣던 집단행동에 나선 건 학생 본인 책임이고, 이들도 그걸 알고 시작한 일이다. 의대생만 어떻게든 구제해보려는 정부와 대학의 태도는 다른 학과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