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제정 움직임 관측…업계 간 신경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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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법 제정 움직임 관측…업계 간 신경전 ‘팽팽’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03.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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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산업 위축되고 기업 성장 저해할 것”
소상공인 “플랫폼 독과점에 업주 경영난 심화”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거대 플랫폼 대상 제재에 나서며 플랫폼법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거대 플랫폼 대상 제재에 나서며 플랫폼법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본격적인 플랫폼법 제정에 시동을 걸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초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핵심 내용은 일부 독과점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하고, 멀티호밍 금지 등 4대 반칙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벤처업계와 일부 소비자단체 등에서 반발이 일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지난달 7일 브리핑에서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국내외 업계 및 이해 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며 “사전 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플랫폼법 제정 의지는 확고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주최한 특별 강연 자리에서 “최근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가 국민 경제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일부 플랫폼 기업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행위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그동안 특정 플랫폼 사업의 독과점을 막아왔지만 시장의 변화속도가 빨라서 제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했다”며 “플랫폼의 독점화 피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관련 규제 입법을 통해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경쟁 음원 배급사의 콘텐츠 공급을 방해해 시장을 일방적으로 잠식하거나 유튜브 ‘뒷광고’ 등 플랫폼의 부적절한 광고 표시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도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 및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메타, 구글 등 해외 거대 플랫폼에 대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플랫폼법에 대해선 벤처업계와 소상공인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벤처업계는 기업의 성장에 한계를 두는 법이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월 24일 성명서를 내고 “많은 중소상공인들이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판로확대가 어려운 상황인 반면,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규제 도입으로 플랫폼 산업이 위축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 1월 31일 플랫폼법 제정 진단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플랫폼법은 국내 벤처시장 투자자들에게 ‘플랫폼 기업이 어느 규모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플랫폼법 제정 시 당장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다음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야놀자가 될 수 있다”며 “규제 대상이 당장은 소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천장이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효과”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실제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잠재적으로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크게 우려한다”고도 덧붙였다.

소상공인 측에선 플랫폼의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만큼 플랫폼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4.3%가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 제정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76.6%는 규율대상에 소상공인 업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플랫폼을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6일엔 본회 대회의실에서 ‘플랫폼 독과점 및 불공정 행위 규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기준 수석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대면 유통이 대세가 된 경제생태계에서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며 독과점 문제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은 갑질과 불공정행위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또 “연합회는 소상공인 사업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플랫폼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이 무기한 연기되며, 상대적 박탈감과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소상공인의 경영 의욕이 나날이 저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플랫폼법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관련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공정위의 행보가 주목된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플랫폼법으로 인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또는 협업이 줄어들 우려는 불식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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