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만 사는 韓 주식…개인·기관 돌아와야 코스피 오른다
상태바
외국인만 사는 韓 주식…개인·기관 돌아와야 코스피 오른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3.10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外人 석달 동안 16조 넘게 사들여...지분율도 껑충
한달새 9조원 판 동학개미...금리인하 시점이 관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반면 개인과 기관들은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장을 마친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반면 개인과 기관들은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장을 마친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외국인이 올해 10조원이 넘는 역대급 '바이코리아' 행진 중인 가운데 외국인의 매수세에 올라 차익실현을 노리는 기관, 개인 투자자(개미) 등 투자 주체들의 '셀코리아'에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매수 우위를 기록하고 있는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 유일하다. 기관, 개미들은 물론 은행, 금융투자, 연기금 등마저 줄줄이 순매도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기 좀처럼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7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1조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년 같은 기간(8조원) 대비 45%나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과 함께 국내 증시의 '큰 손'으로 불리는 기관과 개미들은 각각 6조3190억원, 5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은 전년 같은 기간(3조1400억원)보다 매도 규모를 100% 넘게 키웠다.

이외에도 올해는 은행(2조7260억원), 금융투자(1조1550억원), 연기금(3880억원) 등 모든 투자 주체가 '팔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순매도 규모는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 초 2700선 턱밑에서 움직이던 증시는 현재 264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달 들어 줄줄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일본, 대만 증시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사자'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80%는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했다. 특히 호실적 및 저평가 종목을 중심으로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5일까지 석 달가량 매수 우위를 유지해왔다. 이 기간 총 16조76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적극적인 매수 기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 대다수는 외국인 보유비중이 확대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속하는 종목 가운데 최근 3개월 사이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종목은 모두 162개로 81.00%에 달했다. 코스피200은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도 시장 대표성, 유동성, 업종 대표성을 기준으로 시총이 상위군에 속하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들이다.

외국인은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비중을 늘렸다.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크게 높아진 종목은 한화오션이다. 10.07%에서 17.51%로 7.44%포인트 올랐다. 한화오션은 친환경 선박 수주 훈풍과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 등으로 실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화오션의 영업이익은 2499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하고 있는 종목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비중을 늘렸다.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보유비중이 32.87%에서 37.46%로 4.59%포인트 높아졌다. 증가 폭 3위에 해당한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수혜가 예상되면서 외국인들이 장바구니에 적극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3배로,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힌다.

한편 ‘동학 개미 운동’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달 새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미가 9조원 넘는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외국인이 올해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순매수를 꾸준히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개인은 차익 실현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매력을 못 느끼는 개미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1% 이상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약 1개월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9조450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8조6290억원, 기관이 7130억원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다. 1월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86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수급 방향성을 180도 틀었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빠져나간 동학 개미는 어딜 향하고 있을까. 수치만 보면 일부는 미국 등 외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듯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721억6139만달러(약 96조1911억원)로, 1월의 646억9354만달러(약 86조2365억원) 대비 11.54% 늘었다.

한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연) 2%를 향해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한 확신을 가지는 시점에서 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부상한 것이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를 둘러싼 버블(거품) 논란에도 단기간 내 펀더멘털(기초체력)·통화정책 차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줄 변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는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