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치닫는 여야 공천 상처는 여전···與 '건생구팽' vs 野 '비명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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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치닫는 여야 공천 상처는 여전···與 '건생구팽' vs 野 '비명횡사'
  • 염재인 기자
  • 승인 2024.03.1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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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건희 특검' 재표결 부결 후 현역 컷오프 등 속출
野, 비명계 공천 탈락자들 탈당 등 이어지며 '계파 갈등'
'시스템 공천'을 내세운 여야가 공천 결과 발표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정성'을 놓고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왼쪽부터),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시스템 공천'을 내세운 여야가 공천 결과 발표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정성'을 놓고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왼쪽부터),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고 있지만 공천 갈등으로 인한 내상은 여야 여전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재투표 부결 후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 칼바람이 불었다. 이른바 '토사구팽' 고사를 빗댄 '건생구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에서 배제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여전한 상황이다. 40% 가까운 현역들을 교체한 가운데 3선 이상 중진들이 대거 포함된 만큼 반발의 강도도 거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재표결이 부결된 이후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쌍특검 재투표 이전까지 현역 의원의 컷오프가 전무해 '방탄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 재투표 전에는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이 서정숙·최영희 의원(비례) 2명이었지만, 3월 들어 유경준(서울 강남병)·안병길(부산 서구동구) 등 현역 의원 다수가 컷오프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은 당의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우선 대구 달서갑에서 컷오프된 홍석준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공천관리위원회의 5일 달서구갑 지역선거구 유영하 변호사 단수추천 의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관위의 부당한 의결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 공관위는 전날 홍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단수공천한 바 있다. 

그는 "지금까지 잘해온 '공정한 시스템 공천' 대원칙이 깨졌다"며 "달서구갑 지역 선거구 유영하 후보 단수 추천 의결이 큰 오점으로 작용해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잃어버려 총선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달서갑에) 점수 차가 많이 났다. 시스템 공천대로 하면 빨리 (발표)할 수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 때문에 공천한다는 우려에 공천을 늦췄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강남병에서 컷오프된 유 의원을 '험지'인 경기 화성정에 우선추천(전략공천)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5일 발표한 '국민추천제'도 논란이다. 국민추천제를 도입하는 지역은 서울 강남갑·을, 대구 동구군위갑과 북구갑, 울산 남구갑 등 총 5곳이다. 해당 지역 의원들은 사실상 컷오프되는 만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채익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갑이 국민추천제 적용 지역으로 결정되자 탈당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서 복귀하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다. 여당 의원 중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를 언급한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다만 당은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 후 복당' 발언에 지역구 재배치를 철회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무소속 출마는 본인의 선택"이라면서도 "과거처럼 당의 입장에 반발해서 (탈당하고) 당선된 다음에 복당한다는 생각이라면 그런 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공천과 관련해 일찌감치 인적 쇄신에 나선 민주당은 '현역 컷오프'가 '계파 갈등'으로 불거지면서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에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공천은 정치적 학살"이라며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부당한 공천, 막다른 길 앞에서 더 이상 제가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지키기와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 매몰된 거대 양당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진짜 민주 정당이 필요하다.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고 해야 할 과제들을 하나하나 다시 담겠다"며 연대를 통한 세력 확장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후 홍 의원은 민주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 설훈 의원 등과 '민주연대'를 출범한 상태다. 김종민·설훈·홍영표·박영순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당 대표를 끊어내겠다"며 "새로운미래를 포함해 윤석열 심판, 이재명 방탄 청산을 바라는 모든 분들과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앞서 이낙연 공동대표와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를 창당했다. 하위 평가 결과를 받은 설훈·홍영표·박영순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이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최근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의 공천 배제 결과를 수용, 비명계 이탈이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현재 박용진(서울 강북구을)·송갑석(광주 서구갑)·전해철(경기 안산시상록구갑) 등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들은 줄줄이 하위 평가 명단에 오른 상황이다. 추후 이들 중 경선에서 탈락자가 발생한다면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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