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갈등, 제약업계에 ‘불똥’… 영업사원 동원·매출감소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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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政갈등, 제약업계에 ‘불똥’… 영업사원 동원·매출감소 파문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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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인한 수술 축소로 관련 의약품 매출 감소
일부 의료인, '집회 동원' 의혹 제기한 모 제약사 불매운동 움직임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의사 총궐기 대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가 “의사들이 집회에 참가하라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협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매일일보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제약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10일 매일일보가 제약업계를 취재한 결과, 지난 3일 진행된 의사 총궐기 대회에 참가하는 의사들이 제약사 직원의 참석을 요구했다는 정황과 물증은 구체적으로 나타난 바 없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엔 “의사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총궐기 대회에 참가하라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협박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거래처 의사가 (총궐기 대회에)안 나오면 약을 바꾸겠다고 협박해서 강제동원된다 하네”라고 말했다.

경찰은 온라인에 이러한 글이 다수 올라온 사실을 확인하고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 검토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직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는 아니지만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면밀히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인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에 따르면,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이는 의료계 및 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의약품 리베이트와 유사한 사례다.

이와 같은 소식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집회 전날 회원사들에 외부 강압에 의한 집회 참여를 막아달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다만 협회 측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정황을 확인했을 뿐이며, 회원사의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선제적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구체적 제보를 받았거나 실제 참여 사례를 확인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의협 측도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다. 의협은 현재 온라인 상에 해당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고소·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 이런 행동을 한 회원이 있다면, 협회가 해당 회원을 징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해당 게시글 내용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단 파문을 일으킨 게시글은 작성자가 삭제한 상태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의사들이 제약 영업사원에게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잇따라 폭로되고 있지만, 정작 동원 명령을 지시한 증거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일부 직원이 의사 대신 예비군을 갔다거나, 변기를 뚫어줬다는 옛날 사례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그 정도로 치가 떨리는 의사를 한방에 보낼 기회인데, 집회 동원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도 내놓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진행해야 할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관련 의약품의 소비가 줄어 제약업계 매출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의료인들은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모 제약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상담은 7일 18시 기준 총 1041건이다. 피해신고서가 접수된 건 424건으로, 그중 수술지연이 307건이다. 수술이 줄어든 만큼, 현장에서 사용되는 수액과 마취약 등의 소비도 줄어든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거래하던 병원에서 요청하는 물량이 평소 대비 15~30%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보통 제약사 매출 비중은 전문의약품이 높아서 수술 관련 제품 수요 하락은 치명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다만 수액이나 마취약은 일반적인 의약품보다 관리가 까다롭고 부피가 커 보관이 어려운 품목이다. 해당 제품을 전문으로 운반하는 관련 유통업자들도 일거리가 줄어든 상황이다. 또 의료 현장에 처방전을 써 줄 전공의가 없으므로, 새로 늘어날 만성질환자에게 처방될 의약품 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제약사 입장에선 신약 개발에 협력할 의료인이 크게 줄어든 것도 걱정이다. 의대와 연계된 병원들이 진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대 교수들이 동원된 상황이라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활동은 더뎌질 수 밖에 없다.

D제약사 관계자는 “올해 자사 의약품의 효능을 증명할 학술대회 일정이 많은데, 행사에 참여할 의료인 섭외가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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