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막장 쇼’ 그만, 진정한 의료개혁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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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막장 쇼’ 그만, 진정한 의료개혁 시작해야
  • 나기호 기자
  • 승인 2024.03.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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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호 유통중기부장
나기호 유통중기부장

매일일보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일으키고, 응급환자를 외면하는 의사가 미래 의료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의료 현장은 전례 없는 위기로 가득하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병원의 의료 공백은 더욱 심각하다.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응급환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며 무한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절망적인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준다.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의 인턴과 전임의(펠로) 상당수도 임용을 거부하고 이탈하는 등 의료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 이들은 국민을 자극할 정도의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결국 여론은 등을 돌렸다. “2천명도 적다. 의료 개혁은 불가피하다. 휴학 대신 자퇴를 해라.” 이것이 흰 가운의 가치를 판단한 지금의 국민 목소리다. 정부도 의료현장을 이탈한 7천여명의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했다. 사법처리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미래 의료계 주역이될 의대생들의 '동맹휴학'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에서 접수된 의대생 휴학계. 즉 학칙에 정해진 절차와 요건을 갖춘 휴학계는 5401명(28.7%)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6일 488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업 거부 대학은 감소했지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심각하다.

정부 목표인 2000명 이상의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은 학내 갈등으로 번졌다. 지난 4일이었던 의대 증원 신청 마감일까지 대학들은 '막판 고심'을 이어갔다고 한다. 대학본부와 의과대학 간 의견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전체 신청 규모는 3천명을 넘겼다.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각을 세운 분위기다.

일부 의료인들의 행동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의 만성적인 문제, 열악한 근무 환경 등 의료인들이 처한 어려움은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다. 이번 집단행동은 그동안 쌓였던 불만의 폭발이라 볼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의 책임도 막중하다. 현장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강경 대응으로 나선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으로 치닫는 ‘막장 쇼’ 보단 진정한 다각적 의료 개혁을 고민해야 한다.

의료 공백은 우리 사회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의료를 위해선 정부, 의료인, 국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서로를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국민 생명을 볼모로 벌어지는 집단행동은 분노의 핏대만 유발시킨다. 단체 권력자인 소수가 의료인 전체를 대변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것. 아울러 스승과 선배라는 프레임화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만의 리그, 치외법권적 의료사회로 변질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제 환자들 곁에서 떳떳하게 요구하라. 그것이 국민이 존경하고, 바라는 흰 가운의 진정한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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